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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 자영업자의 소셜미디어에는 ‘이제 헛짓거리 안 하려고요’란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애쓰는 배달 기사들을 위해 캔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했는데, 배달 기사들이 다 마신 캔을 아무렇게나 버려두거나 때론 음료수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했다는 내용이다. 본인 가게 음식을 더 정성스레 배달해줬으면 좋겠다는 선의의 인센티브가 결국 독(毒)으로 돌아온 셈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인센티브를 접한다.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곤 하지만 때론 자부심이나 휴식 같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도 있다. 그러나 인센티브가 늘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인센티브를 주는 사람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과잉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도 있다. 워런 버핏의 사업 파트너이자 단짝이었던 찰리 멍거(1924~2023)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멍청한 인센티브 시스템은 멍청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줘야 잘 주는 것일까. WEEKLY BIZ가 최근 발표된 논문들과 관련 서적을 통해 분석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인센티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독일 쾰른대 연구팀이 내놓은 ‘보너스가 역효과를 낼 때’란 논문은 눈여겨볼 만하다. 연구팀은 한 소매 체인의 232개 매장에서 일하는 수습 직원을 대상으로 결근율을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직원이 한 달 개근을 할 경우 보너스 포인트를 줬고, 이 포인트를 금전으로 받을 수 있는 그룹과 추가 휴가로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나눴다. 돈이 중요할지 휴식이 중요할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 외였다. 두 가지 보너스는 모두 결근율을 낮추지 못했다. 특히 금전적 보너스는 결근율을 오히려 실험 이전보다 50% 증가시켰다. 연구진은 “출석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출근에 대한 의무감을 덜 느끼게 했고, 병가를 내도 죄책감을 덜 느끼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역효과는 보다 최근에 입사한 사람일수록 더욱 두드려졌고, 보너스를 없앤 후에도 결근율이 높게 유지됐다고 한다.
또 다른 금전 보상의 역효과는 UC샌디에이고의 행동경제학 석좌교수인 유니 그니지가 최근 그의 저서 ‘인센티브 이코노미(Mixed Signals)’에서 소개한 것으로 1970년 미국의 헌혈 보상금과 관련돼있다. 당시 미국은 혈액 기증자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그 결과 돈이 필요한 마약 중독자들이 헌혈을 많이 해 대가 없이 헌혈하도록 한 영국에 비해 혈액의 질이 낮고, B형 간염에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인센티브는 정확한 설계가 필수
그렇다면 왜 인센티브가 종종 역효과를 낼까. 그니지 교수는 ‘잘못된 신호’를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센티브는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 주는 일종의 ‘신호’인데 제대로 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의 루안잉유·김연준 교수팀이 지난 7월 내놓은 ‘도움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란 논문에서는 잘못된 신호의 예가 등장한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팀은 화학 회사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 업무 평가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연구진과 실무진 사이의 상호 교류를 통해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였지만 인센티브 제도는 또 실패했다. 직원들은 평가를 높게 받기 위해 필요 없는 도움을 주려 나서는가 하면, 도움의 양을 늘리기 위해 정작 도움의 질은 경시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2017년 발표한 연구에도 ‘양’만 강조하는 바람에 인센티브 효과를 못 본 사례가 나온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파키스탄 시알코트의 축구공 제조 업체에서 공 하나당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사이 합성 가죽의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신기술 학습을 꺼리는 경향을 주목했다. 근로자들은 돈을 버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쓰고 싶어하지 않았고, 결국 근로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제공하는 다른 회사는 새로운 기술과 함께 생산성이 올라갔다. 그니지 교수의 책에서도 철도 공사를 할 때 ‘철로의 길이’를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했다가 불필요한 정거장까지 만들어버린 경우, 고생물학 발굴 현장에서 ‘화석의 개수’로 임금을 줬더니 개수를 늘리려 공룡뼈를 모두 쪼개버린 경우 등이 제시됐다.
◇잘만 설계하면 효과 톡톡한 인센티브
물론 성공한 인센티브 제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요타의 ‘프리우스’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처음 시장에 나올 당시 도요타는 첫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의 뒤쪽에 하이브리드 차량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였다. 이 차를 모는 사람은 ‘나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란 일종의 과시를 할 수 있었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미국 쇼핑몰 자포스가 쓴 ‘퇴사 장려금’ 제도도 성공한 인센티브의 예로 꼽힌다. 이 회사는 회사에 불만이 있거나 일할 의욕이 없는 직원을 하나하나 찾아나서기보다는 사표를 내면 2000달러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열정 넘치는 고객 서비스’를 회사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은 자포스는 이런 식으로 붙임성 좋은 콜센터 직원만을 남길 수 있었고, 2003년 7000만달러였던 예상 매출액을 2008년 1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자포스는 2009년 아마존이 고가에 인수했다.
그니지 교수는 “목표와 신호가 어긋나면 아무리 큰 보상을 제공해도 사람들의 행동을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없다”며 “결국 (인센티브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근본 동기를 이해해야 성공적인 인센티브 설계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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