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이달 말 재오픈 예정인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의 전경. 허물었던 미쓰비시 1호관을 최대한 복원해 2010년 재탄생했다.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 홈페이지

오는 23일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이 18개월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한다. 몽마르트를 사랑한 인상파 화가,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레크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미술관 이름이 독특하다. 미쓰비시 미술관도 아니고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이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1890년 메이지 정부는 당대 최대 재벌로 꼽히던 미쓰비시에 육군 기지가 있었던 도쿄 마루노우치 지역을 불하했다. 기지가 떠난 뒤 이곳의 모습은 ‘미쓰비시 벌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황량했다. 이곳을 런던처럼 번화하게 만들기로 결심한 미쓰비시 수뇌부는 런던의 롬바드 스트리트를 벤치마킹해 1894년 마루노우치 최초의 오피스 빌딩인 미쓰비시 1호관을 준공했다. 이를 기폭제로 수많은 건물이 이 부근에 세워지고,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졌다. 이 지역에는 미쓰비시 핵심 3사인 미쓰비시UFJ은행,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중공업 본사가 있는데, 3개 회사의 시장가치를 더하면 40조엔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사(디벨로퍼) 관점에서 마루노우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미쓰이의 니혼바시, 모리의 도라노몬, 도큐의 시부야, JR동일본의 시나가와와 어떤 점이 다를까. 먼저 면적이 넓다. 120㏊로 다른 지역보다 1.5배 내지 2배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지구인 마루노우치에는 포천 글로벌 500 기업 본사가 19곳 있다. 앞서 언급한 다른 지역은 다 합쳐도 5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50개 회사 중에선 15사가 마루노우치에 있는데, 다른 지역엔 8개뿐이다. 외국 금융기관의 사업소도 74개나 마루노우치에 모여 있는데, 다른 지역은 50개를 넘지 못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면 도쿄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금융·경제 중심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과거 미쓰비시 1호관과 현재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의 관계는 무엇일까. 잘나가던 미쓰비시 합자회사에서도 핵심 부문이 입주해 있던 미쓰비시 1호관도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었다. 1968년 건물 해체에 들어갔다. 반대도 심했다. 이 건물은 일본이란 나라에 서양 건축을 가르쳤던 영국인 조시아 콘도르의 작품 아닌가. 이런 역사적인 유물을 무작정 해체해선 곤란하다는 여론도 비등했다. 하지만 미쓰비시 수뇌부는 기존 빌딩의 내구력에 한계가 있고,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하던 미쓰비시의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낡은 건물을 과감히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3년 뒤 지상 15층짜리 건물이 들어섰다.

하지만 미쓰비시 1호관은 약 40년 뒤인 2010년 옛 모습 거의 그대로 재건된다. 사연은 이렇다. 1990년 이후 불경기에 시달리던 일본은 2002년 용적률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미쓰비시는 미쓰비시 미술관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건물과 그 주변의 두 개 건물을 헐었다. 그러곤 지상 34층의 미쓰비시 파크 빌딩을 올렸다. 용적률은 1565%. 기본 1300%에 지역, 문화, 환경 관련 우대 조치로 265%를 더 얻어냈다. 이때 문화 관련 사업으로 미쓰비시 1호관을 최대한 똑같이 복원해 미술관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2010년 재탄생한 미술관의 명칭에 ‘미쓰비시 1호관’이 들어가게 됐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용적률을 과감히 풀었다. 미쓰비시가 미술관으로서 미쓰비시 1호관을 소환한 까닭도 용적률을 더욱 높이기 위함이었다. 도시 경쟁력 강화의 전제 조건이 용적률이란 점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향후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이 궁금해진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