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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이면 일본 도쿄에 문을 연 대형 복합 단지 ‘아자부다이 힐스’ 개업 1주년이 된다. 지난 1년 동안 이곳은 마케터, 트렌드 세터(유행을 선도하는 사람), 심지어 부동산 개발사(디벨로퍼) 및 건물주가 꼭 봐야 할 코스로 부상했다. 하긴 이곳뿐이랴. 롯폰기 힐스, 오모테산도 힐스, 도라노몬 힐스 등 도쿄엔 화제의 복합 단지가 꽤 많다. 그런데, 왜 이런 단지 이름 뒤엔 유독 힐스란 말이 많이 붙는 것일까.
이는 부동산업으로 부를 일군 모리가(家)와 연관이 있다.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였던 모리 다이키치로가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든 것은 1955년이다. 두 번째 빌딩을 지으면서 제1 모리 빌딩, 제2 모리 빌딩처럼 숫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도라노몬 지역에는 37이란 숫자가 새겨진 건물이 보인다.
창업은 아버지가 했지만 오늘날 각종 힐스를 실질적으로 만든 것은 아들인 모리 미노루다. 그는 대학 재학 중 흉막염으로 1년간 집에서 요양하면서 가족이 운영하던 쌀 가게를 4층 임대 건물로 새로 짓는 공사의 관리와 입주자 모집을 맡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디벨로퍼의 길을 걸어간다.
그는 비용과 효율성을 중시했던 아버지와 달리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소위 ‘넘버 빌딩’이 아닌 다른 개념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 일하는 공간으로서 도심 빌딩이 늘어나면서, 주거지는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실. 일하는 공간과 주거 공간, 그리고 무언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하루를 26시간처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직·주·유(職·住·遊)가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1967년부터 실행에 옮겼다. 그의 나이 33세 때의 일이다.
그는 도쿄 아카사카부터 롯폰기에 걸친 5.6ha를 개발 대상으로 삼았다. 민간이 추진한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노후된 주택 밀집 지역에선 반대도 심했다. ‘재개발 반대’ ‘침략자 모리 빌딩은 나가라’는 전단이 덕지덕지 붙었다. 난항을 겪으며 20년 가까이 걸려 1986년에 완공된 결과물이 아크 힐스다.
왜 아크 힐스라 명명했을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네이밍이 중요하다. 사실 모리 미노루의 꿈은 소설가였다. ‘료마가 간다’로 유명한 작가 시바 료타로의 또 다른 작품인 ‘언덕 위의 구름’을 감명 깊게 읽었다. 언덕을 오르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힐스(언덕)란 단어는 학창 시절부터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향후 모든 프로젝트에 힐스가 들어가게 된 연유다. 아크는 아카사카의 ‘A’, 롯폰기의 ‘R’ 그리고 이 두 곳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매듭(Knot)이란 단어에서 ‘K’를 따와 ARK로 지었다.
일본 최초의 대규모 민간 재개발 사업인 아크 힐스엔 일하는 공간, 주거 공간, 그리고 아나 인터콘티넨털 호텔과 산토리홀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존 거주자의 80%가 외지로 떠나갔다는 점은 가슴 아팠다. 이후 롯폰기 힐스, 아자부다이 힐스로 이어지는 유사 프로젝트에선 거주자의 80%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한다.
복합 공간의 개념 또한 진화했다. 직·주·유에 상·게·학·육·의(商·憩·學·育·醫)를 더했다. 사실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주목해야 할 곳은 아만 레지던스나 자누 호텔, 팀랩 및 각종 상업 시설이 아니다. 웰니스를 담당하는 게이오 예방의료센터와 국제 학교인 브리티시스쿨의 존재다. 외국 인재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는 헤드헌터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연봉 외에도 ‘우리 가족의 건강은?’ ‘우리 자녀의 교육은?’ ‘배우자의 직장은?’을 꼭 묻는다고 한다. 연봉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을 넘어, 글로벌 인재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모리의 힐스 프로젝트.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드웨어 외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하는지를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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