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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둔화, 기후 변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소송, 한국의 저출산 위기….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주식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식은 근시안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멀리 보지도 않는다. 대략 3개월에서 30개월 사이의 수익 가능성만 가격에 반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시장은 놀라운 가격 책정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데이터, 객관적 사실, 시장에 대한 전망 등을 혼합해 거의 즉각적으로 하나의 가격을 만들어낸다.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은 과거를 보여주며, 실제 결과가 기대치와 어떻게 다른지에 따라 주가가 잠시 흔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뉴스나 변동성의 영향은 빠르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주식은 또 30개월 이상의 먼 미래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뭘까. 먼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은 오직 중기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것만 평가한다. ‘피크 오일(Peak Oil)’ 공포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까지도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량이 가까운 미래에 절정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미국에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fracking)’ 붐이 일었고, 에너지 생산량은 급증했다. 한국에서도 동해 심해 가스전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 됐을 것이라 추정하는데, 이는 잠재적으로 한국에 수십 년 동안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석유 공급 과잉뿐 아니라 석유 수요 감소를 걱정한다. 이 석유 수요의 정점 시기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9년이라 하고, 골드만삭스는 2034년, 엑손은 2050년이라고 한다. 누가 옳은 것일까. 아무도 관심 없다. 향후 3~30개월 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이다.
인구 구조와 기후 변화도 마찬가지다. 사회학적으로 중요하고 언젠가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런 변화는 매우 오랜 시간 뒤에나 가능하다. 빅테크 기업과 정부 사이 갈등은 어떤가. 최근 구글에 대한 검색 반독점 소송 결정은 4년이나 걸렸는데, 끝없는 항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 예측은 현재의 정보를 토대로 한다. 하지만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주식은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무시한다. 언제나!
향후 3~30개월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세계 주식 시장은 지난여름의 침체를 빠르게 벗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틀렸음을 증명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 미만으로 떨어졌고, 미국과 유로존의 대출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 예상치 못한 큰 악재만 없다면 주식은 순항할 것이다. 다음 달이나 20년 후를 걱정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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