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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SG 101: 이론과 실제’란 책을 펴낸 김홍균 서강대 교수는 지난 22일 WEEKLY BIZ 인터뷰에서 “ESG는 이미 법제화·제도화된 부분이 많아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소멸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인가. 안티(Anti·反)ESG 기조를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퇴직연금(401K)의 ESG 투자를 영구적으로 막겠다고 했다. 수익률 악화를 우려한 펀드매니저들은 펀드명에서 ESG 라벨을 속속 떼는 추세다. 풍전등화 같은 ESG 위기 속 국내 최고 환경경제 권위자인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WEEKLY BIZ와 인터뷰하고 “트럼프 시대에 ESG는 부침(浮沈)을 겪겠지만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최초 ESG 경제 전공을 개설했던 김 교수는, 최근 ‘ESG 101: 이론과 실제’란 책을 펴냈다.

◇ESG,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유일한 수단

-아직도 ESG 개념이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명쾌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신간에선 ESG를 두고 ‘기업의 경영 활동을 환경 및 사회 친화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나 대형 금융기관이 투자를 할 때 재무 정보뿐만 아니라,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 같은 비재무 정보도 고려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ESG101: 이론과 실제' 책 표지/김홍균 교수

-이번에 ESG 관련 책까지 펴낸 이유는.

“개인적으로 ESG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현재로선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 예산(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 남아 있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5000억~6000억t뿐인데, 이는 약 10년이면 거덜 난다고 한다. 그 뒤엔? 과학자들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의 재앙이 펼쳐질 수 있다. 이에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뭐라도 일조하자는 생각에 책을 냈다. 또 2022년 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ESG 경제 전공을 개설했는데, 제대로 된 교재가 없어 애를 먹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ESG를 잘 이해하도록 대학 교재로도 쓰고, 일반인들도 쉽게 ESG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만들자는 목표로 썼다.”

◇”거대한 물길은 바뀌지 않을 것”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ESG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부정적 요소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침이 있더라도 ESG란 큰 물길은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 4년 동안 ESG 개념이 다소 침체할 순 있겠지만 ESG가 아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확 없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ESG는 이미 법제화·제도화됐다.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의무화 규정을 최종 채택했다. 이는 2026년부터 미국 내 상장사들에 기후 리스크와 관련한 재무적 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량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철강 등 여섯 품목을 수입할 때 생산자에게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만큼 일종의 ‘환경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도 했다.”

◇ESG의 핵심은 ‘혁신’

-그렇다면 ESG 평가 우수 기업이 기업 가치도 더 높다고 할 수 있나.

“그건 답하기 쉽지 않다. 당연히 환경을 아끼고 좋은 일터를 만드는 ESG 문화를 정착시킨 곳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지만,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연구일수록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일수록 앞으로 기업 가치도 높아질 확률이 커진다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유럽의 CBAM 대응에 손해 볼 수 있지 않나.

“맞는다. EU 국가들이 포스코 철강을 수입할 때 (철강 제작에 탄소 배출이 많았다고) 세금을 많이 매기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줄고 기업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죽을 맛’일 수 있다. 그러나 ESG는 결국 ‘혁신’이다. 저탄소 혁신의 길을 찾아내면 (저탄소 제품을 원하는 나라에 수출이 느는 등) 포스코에도 장기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

-ESG를 두고 대륙별 온도 차가 큰 것 같다.

“미국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중교통 발달이 덜 돼 있고, 에너지 값이 싼 편이다. 반면 유럽은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ESG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많이 충족시키는 추세다. 경제 성장 초기에 개발도상국의 환경오염은 가중되지만, 경제 발전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환경오염이 준다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 개념이 중국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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