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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나 월든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공동 회장은 지난 20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를 갖고 “디즈니+ 한국 시리즈 ‘무빙’은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미국·라틴 아메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보편적인 유머와 로맨스를 결합한 한국 드라마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의 올해 승자는 디즈니였다. 디즈니 산하 케이블 채널인 FX의 ‘쇼군’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주요 상을 휩쓸며 19관왕에 올랐다. 단일 연도로 역대 최다 부문 수상이었다.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선 오합지졸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FX의 드라마 ‘더 베어’가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디즈니가 올해 일군 이런 성공의 배경엔 ‘미다스의 손’ 데이나 월든(60) 월트디즈니 컴퍼니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부문 공동 회장의 힘이 컸다는 해석이다. 지난 30년 동안 ‘그레이 아나토미’ ‘홈랜드’ ‘모던 패밀리’ ‘아메리칸 아이돌’ 등 세계적인 히트작을 기획·제작해왔던 그의 안목이, 스트리밍을 포함한 디즈니 미디어·콘텐츠 사업 부문을 총괄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부문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 4분기(회계연도 기준, 7~9월) 36억5500만달러(약 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월든 회장은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를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WEEKLY BIZ와 인터뷰하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글로벌 히트작을 만들어 내는 게 디즈니의 목표”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두려움’이란 감정은 긍정적인 신호

-17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쇼군’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대작이었다. 동양권이 배경인 데다 일본어 대사가 많은 작품에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성공의 필수 요소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를 잘 고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FX의 경영진과 제작진은 ‘쇼군’이 ‘왕좌의 게임’ 뒤를 이을 대작이 될 것이라 확신했고, 나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직원의 말은 경청해야 한다고 믿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처음 들을 땐 당연히 (성공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두려움을 느낄 때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반대로 기존의 법칙을 거스르는 독창적인 요소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폭스에서 디즈니로 옮기면서 TV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로의 격변을 경험했다.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취향은 어떻게 바뀌었나.

“‘취향’보다는 ‘시청 습관’이 급격하게 변했다. 요일과 시간대, 몇 개의 에피소드를 시청할지 모든 것을 수요자가 결정한다. OTT 시대에도 시즌 21까지 제작된 ‘그레이 아나토미’나 시즌 11까지 이어진 ‘모던 패밀리’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서나 히트작 탄생시키는 게 목표”

-콘텐츠 업계 경쟁이 불붙으며 제작비도 천문학적으로 불고 있다. 경쟁사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디즈니의 전략은.

“고품질의 콘텐츠를 위해 돈을 꼭 많이 들여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개발할 줄 아는 베테랑 임원들이 필요하다. 대규모 예산이 드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다큐멘터리나 범죄 실화 시리즈처럼 적은 예산으로도 큰 성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때로는 예산의 제약이 혁신을 낳기도 한다. 물론 디즈니는 충분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콘텐츠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기꺼이 지출할 계획이다.”

-지난 4분기 디즈니+ 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440만명 늘었다. 앞으로 성장 전략은 뭔가.

“디즈니의 핵심 전략은 세계 최고의 IP(지식재산권)다. 가장 사랑받고, 가장 유명하며, 믿고 볼 수 있는 IP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 2′ ‘데드풀과 울버린’ 개봉처럼 구독자를 크게 늘리는 데 동력이 된 계기도 있었다.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처럼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글로벌 히트작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디즈니는 한국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 차별화된 투자 전략이 있나.

“한국의 훌륭한 창작자들과 두터운 신뢰를 구축한 것이다. 강풀 작가와도 디즈니+ 히트작인 ‘무빙’에 이어 다음 달 공개를 앞둔 ‘조명가게’로 또 한 번 협업하게 됐다. 독창적인 창작자들이 우리와 다시 일할 수 있게 신뢰를 쌓고 더 큰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성 임원들의 파이프라인 확보하겠다”

월든 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39위에 올랐다. 2026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의 후계자로 월든이 지명된다면, 그는 디즈니 10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수장이 된다.

-여성 리더로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

“내가 따를 수 있는 여성 롤모델이 적었다는 점이다. 지금껏 한 명을 제외하곤 모든 상사가 남성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여성으로서 나의 책무는 따라오는 여성 임원들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여성 직원들과 경험 많은 여성 임원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면서 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자격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

-수많은 히트작을 내놨는데, 작품을 고를 때 원칙이 있나.

“나만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다. 재능 있고 경험이 풍부한 임원들과 함께 전 세계에서 보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선별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장기적인 시리즈가 될 수 있는지, 불확실성을 뚫고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인지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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