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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 거친 화성 표면과 꼭 닮은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북쪽 경사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이곳에선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관한 ‘HI–SEAS(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하이시스)’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2030년대 인간의 화성 정착이란 목표를 내걸고, 화성과 가능한 한 비슷한 환경을 마련해 일정 기간 고립돼 살아보는 모의 화성 탐사 실험이 펼쳐진 것이다. 총 여섯 차례 이뤄진 실험 가운데 첫 번째 기수 수장을 맡았던 안젤로 베르메우렌 SEADS 설립자 겸 연구원은 최근 WEEKLY BIZ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가상 화성인으로 살아보니, 육체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우주에서 경험한 심리적 고립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가상 화성인을 힘들게 한 건 ‘고립감’”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나.
“나를 포함한 첫 번째 기수 여섯 명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곳에서 넉 달을 살았다. 연료와 식량 같은 자원도 제한했고, 이메일 소통도 마치 우주 환경에 있는 것처럼 보낸 뒤 20분씩 지나야 겨우 받는 식이었다.”
이 연구원들은 외부 실험을 나가지 않을 때면 돔 형태의 2층짜리 건물 실내에서 지냈다. 1층은 30㎡(약 9평) 크기로 공유 주방과 식당, 운동 공간, 샤워실과 화장실, 실험 공간이 있었고, 계단으로 연결된 2층은 이보다 더 좁은 26㎡ 규모였는데 연구원들 여섯 명의 개별 침대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이 가장 힘들던가.
“심리적인 부분이다. 내 집에 나만의 쉴 공간이 있고, 식료품 쇼핑을 하거나 맛있는 식사를 하러 가는 일상이 모두 제약됐다고 생각해 보라. 이 같은 환경에서 나는 사령관 역할을 맡아 여섯 대원이 서로 잘 소통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했다.”
◇”창의성 자극이 단조로움을 깬 해결책”
–심리적 압박이나 일상의 단조로움을 달랠 방법은 뭐였나.
“창의성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음악을 연주했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연구원은 시를 쓰기도 했다. 엔지니어 중 한 명이 3차원(3D) 프린터를 지급받았는데, 이를 갖고 재밌게 놀기 시작한 것도 인상 깊었다. 실제 화성에 가서 살더라도 단조로운 우주 생활을 깰 것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무는.
“내가 속했던 첫 번째 기수에 주어진 임무는 ‘우주 식품 연구’였다. 보통 우주인들은 쌀로 만든 수프나 매시드 포테이토와 같은 물만 부으면 준비되는 식사를 주로 먹는다. 그런데 장기간 이런 음식을 먹으면 신체적으로도 안 좋은 것은 물론 스트레스도 쌓였다. 그래서 우리는 식사 당번을 정해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시작했다. 통조림 고기나 햄, 초콜릿 스프레드, 계란 분말 등의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든 것이다. 이런 방법은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해 심리적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
4개월 동안 갇혀 있던 연구진이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 찾은 음식은 신선한 망고와 파인애플이었다고 한다. 베르메우렌 연구원은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재료의 문제점은 대개 고도로 가공돼 섬유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섬유질 많은 음식이 당겼다”고 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인류의 우주 정착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보나.
“우주 정착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 이뤄질 것이다. ‘아폴로 계획’처럼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려 달에 잠시 방문했다 돌아오는 게 첫 단계이고, 달이나 화성에 과학 연구 기지를 만드는 게 두 번째 단계이다. 이후 마지막으로 달이나 화성에 우주 마을이나 도시를 세우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류는 10~15년 뒤엔 달에, 30년 후에는 화성에 두 번째 단계인 과학 기지 정도는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선일보 우주 대항해 시대 기획 시리즈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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