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2020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탑재해 발사된 인공위성 '파이샛 1호' 프로젝트를 이끈 지안루카 후라노 유럽우주국(ESA) 컴퓨팅 및 온보드 책임 연구원. /ESA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 몽상가들과 열성팬만 이야기하던 AI(인공지능)와 우주 기술의 접목은 이제 현실이 됐다.” 2020년 유럽우주국(ESA)의 인공위성 ‘파이샛 1호’에 탑재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반도체 ‘미리어드(Myriad) 2’의 개발을 이끈 주역은 네덜란드 출신 ESA 컴퓨팅 온보드 지안루카 후라노 책임연구원과 그의 팀이었다. 최근 WEEKLY BIZ는 영국 하웰에서 후라노 연구원을 만나 미리어드2의 개발기와 우주산업에서의 AI 활용 방안에 대해 들었다.

유럽우주국과 인텔이 공동으로 개발한 '미리어드2' 반도체. 위성에 이 반도체를 탑재하면 불필요한 이미지를 알아서 걸러내고, 필수적인 이미지만 효율적으로 지구에 전송할 수 있게 된다. /ESA

◇혁신 그 자체인 미리어드2

-‘미리어드2’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초소형 카메라 인공위성에 탑재된 AI 소프트웨어를 담은 VPU(비전 처리 장치) 반도체다. 위성에서 바라볼 때 지구의 3분의 2는 구름으로 덮여 있다. 그것들을 모두 이미지화한다면 필요 없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이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생각해 보라. 미리어드2는 구름이 없는 곳만 이미지를 찍거나, 구름이 있는 이미지를 폐기해 지구로 전송할 수 있는 똑똑한 AI이다. 현재는 미리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비들이 늘었지만, 당시 미리어드2는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이 수준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최초의 도구였다.”

2020년 그의 팀과 인텔이 공동 개발한 미리어드2를 담고 우주로 발사된 인공위성 파이샛 1호는 지구를 관측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위성이다. 이 위성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미리어드2라는 설명이다. 미리어드2의 AI는 위성의 카메라가 수집한 이미지 중 가치가 있는 이미지만 자체적으로 판별해 데이터 용량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는 특징을 갖는다. 과거 필요 없는 이미지까지 수집해 데이터 처리를 어렵게 한 것을 해결했다.

-개발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우주 방사선이었다. 우리는 이것(미리어드2)이 견고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수행했다. 지구에서 작동하는 이 장치가 우주에서 작동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특정한 수준을 견딜 경우, 수준을 더 올려서 기술이 작동하지 않게 하는 테스트를 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태양을 견디는 AI다. 이 최종 작업을 위해서는 아마도 10년, 1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본다.”

-최근에 또 다른 AI 위성을 발사했다고 들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지난 8월 4년 만에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바꾼 파이샛 2호를 발사했다. 장치 이름은 ‘미리어드2’로 같은데,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본질적으로 하는 일은 같은데, 데이터를 판별하고 지구로 전송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우주와 AI, 뗄 수 없는 존재

-우주산업에서 AI의 의미는.

“이 질문을 열 명의 사람에게 질문하면, 열 개의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나는 적시성과 자율성, 그리고 사람이 관여하는 과정의 제거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구 관측, 달과 화성 탐사 등 모든 측면에서 AI는 적시성과 자율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이 매일 24시간 작업 화면을 보는 것을 대체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모든 것을 더욱 경제적이고, 쉽고, 효율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알프스의 빙하가 얼마나 녹고 있는지, 전쟁 상황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한 곳은 어디인지, 실시간으로 피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성에 달린 AI는 필요 없는 정보를 알아서 삭제하고 가장 필요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필요한 곳에 전달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달 체계가 최대한 짧고, 사람을 많이 안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주에 발사된 AI 위성이 지구의 특정한 지역에 메탄이 증가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생각해 보자. AI 위성은 이런 현상을 자체적으로 빠르게 판단하고 지구에 있는 특정 부서의 담당자에게 즉각 알려 더 큰 문제를 방지할 수 있게 만든다.”

-ESA가 독자적인 우주 기술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우주 영역에서 유럽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세상의 통신을 통제할 수 있는 실체가 유일하다면, 그것은 매우 나쁜 일이다. 우리의 주요 임무는 항공 우주 공학에 대한 완전한 유럽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유럽에는 7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만 TSMC에서 공급되는 반도체를 사용한다. 우리는 완전한 유럽 공급망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여러 기술이 세계화된 오늘날, 두 가지 상충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AI가 우주 경쟁을 가속화했나.

“우주가 일종의 보호된 환경이었던 과거에는 우주 개발이 특정 국가 기관에 의해서만 수행됐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AI 기술을 가진 기업도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가보다 더 나은 개인이나 기업이 있고, 상황은 정말 빠르게 변화 중이다.”


조선일보 우주 대항해 시대 기획 시리즈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