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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反美) 정서 만연한 중국에서 내년 1월 백악관으로 귀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기가 일부 집단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강경한 대(對)중국 관세 정책 예고에도, 그의 보수적인 가치관과 타국 내정에 무관심한 기조 등을 지지하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깃발을 든 트럼프가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꾸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 남성, 애국주의자까지
우선 중국의 보수적 성향의 남성들은 성소수자·페미니즘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한 입장에 열광하고 있다. 자국에서도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는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를 트럼프 지지로 분출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앞 글자를 딴 것) 반대 운동을 펼치는 닝팡강 의사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서 중국 정부가 배워야 할 교훈이 많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끄러운 목소리’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샤오펀훙(젊은 애국주의자)들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세력이다. 이들은 트럼프를 ‘둥왕(뭐든 아는 체하는 사람)’, ‘촨건국 동지(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오히려 국력을 키웠다는 의미)’ 같은 밈(우스개)으로 만들며 ‘미운 정’을 붙였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총기 습격을 겪는 ‘드라마’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샤오펀훙은 그를 강인한 지도자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집권이 중국에 실질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는 미국 유학파도 늘고 있다. 웨이보에서 180만 팔로어를 거느린 하버드대 출신의 ‘금수저’ 정치 평론가 투주시는 지난 11일 “반중 정치가 극에 달한 미국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가장 덜 미워하는’ 정치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업가 성향이 강한 트럼프가 중국의 정치 제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고, 대만·신장위구르자치구 등과 관련한 중국 내정 문제에 무심하고, 미·중 군사 충돌을 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 전인 지난달 초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한 유력 매체 기자는 “신문을 펼치면 해리스 지지 목소리가 들리는데 소셜미디어를 보면 트럼프 팬이 가득하다”고 했다. 당시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주류 매체나 학자들은 중국에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선호했지만, 중국 대중들의 민심은 거침없이 표현하는 트럼프 쪽으로 기운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정작 지도부는 생존 전략 고민
그러나 중국에선 ‘트럼프 팬덤’ 확대 현상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웨이보 계정은 “소위 애국 인플루언서들이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권리를 반대하며 좌파를 악마화하다가 극단적인 반중국 우파를 숭배하게 된 꼴”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가 반갑지 않다. 그의 귀환이 가져올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과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태풍’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트럼프 취임 이후 예상되는 미국의 압박에 맞춰 ‘생존 전략’ 짜기에 전념하고 있다. 중국은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우방’들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국 동맹 체제가 느슨해지는 때를 노려 ‘대중 견제 전선’ 약화를 노리는 전략이다. 또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남중국해 문제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미국이 주목하는 국제 분쟁에선 개입 수준을 조절하며 선을 그을 수 있다.
경제 정책에선 ‘기술 돌파’ 기조를 확고히 가져가되 사회 불안을 유발하는 경기 하락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시진핑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2011년 이후 유지해온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변경했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대적으로 사용했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수단을 다시 적극적으로 동원해 침체된 경기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트럼프의 귀환을 국가 결집과 자립 수준을 높일 기회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12일 중국 경제 방향을 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수정창신(守正創新·올바른 노선을 따르는 혁신), 계통집성(系統集成·통일되고 체계적인 개혁 추진), 협동배합(協同配合·긴밀한 협력을 통한 목표 실현)이란 키워드가 새로 등장했다. 국가의 지도 하에 전 국민이 ‘결집’과 ‘혁신’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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