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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도시’란 별칭이 붙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은 요즘 월신(月神) 아르테미스에 빠진 듯했다. 최근 WEEKLY BIZ가 찾은 휴스턴 지역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이 센터 내부 한쪽 벽면엔 달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2단계 임무(달 궤도를 돌고 오는 미션)에 참여할 우주비행사 네 명의 거대한 얼굴 사진이 장식된 모습이었다. 센터 외관엔 ‘BACK TO THE MOON(다시 달을 향해)’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인류를 달에 상주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미국 주도로 전 세계 30여 국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과 그 하위 프로젝트들이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까지 나서 속속 진행되면서 달 탐사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달은 조만간 망망대해 우주 탐사를 향한 인류의 ‘희망봉’이 될 수 있을까. WEEKLY BIZ가 미국 휴스턴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취재했다.
◇달을 향해 쏴라
지난 2월 민간 기업 가운데 세계 최초로 우주 탐사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킨 인튜이티브 머신스. 휴스턴에 있는 본사 지하 시설에 들어서니 다음 번 달 탐사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층고 10m가 넘는 지하 시설에서 가장 먼저 포착된 건 대형 성조기가 나붙은 벽 앞에서 한창 작업 중인 탐사선이었다. 아직은 뼈대만 완성된 모습이었지만, 내년 2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두 번째 달 착륙 임무에 쓰일 탐사선이란 게 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성공하려면 민간 우주 업체의 탐사선으로 화물과 실험 장비를 달로 계속 실어 나르는 ‘상업용 달 탑재체 운송 서비스(CLPS)’ 프로젝트를 고도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내년 2월 달에 보낼 우리 탐사선엔 시추 기계인 ‘프라임-1′ 등과 같은 장치를 실을 예정”이라고 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또 다른 하위 프로젝트인 ‘인간 착륙 시스템(HLS)’도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업체로는 스페이스X가 꼽힌다. 스페이스X는 초대형 달 탐사선 스타십 HLS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아르테미스 계획 세부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6년 4월엔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비행사 네 명이 달 궤도를 돌아 시험 비행을 하고 돌아오면서 신체 변화를 데이터화하는 미션이다. 이후 아르테미스 3호는 우주비행사의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하는 등 달 탐험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달 착륙의 조건
하지만 달은 아직 인류에게 착륙조차 쉽지 않은 땅이다. 우선 달 표면을 덮고 있는 먼지·흙·돌조각 등을 일컫는 ‘레골리스(월면토)’가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펄펄 날리는 게 문제다. 인튜이티브 머신스 관계자는 “탐사선이 착륙할 때마다 표면에서 1~2인치 정도 두께의 레골리스 먼지가 떠오르는데, 달에선 중력이 약해 한참을 기다려야 다시 가라앉는다”며 “점점 더 무거운 화물을 싣고 탐사선이 착륙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먼지 층이나 그 아래 지층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무거운 짐을 싣고 도저히 레골리스가 쌓인 땅에 착륙이 어렵다면 월면 위에 착륙 패드를 까는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분화구가 많아 울퉁불퉁한 달의 지형도 탐사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특히 무인 탐사선은 달 표면에서 넘어질 경우 다시 일어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지난 2월 달에 착륙시킨 탐사선 오디세우스도 달 표면에 착륙은 했지만, 넘어진 채 착륙하며 제대로 태양광 충전을 하지 못했다. 이에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며 예상보다 작동 시간이 크게 줄 수밖에 없었다.
인튜이티브 머신스 지하 시설 한편에선 달 표면을 달릴 월면차(LTV·Lunar Terrain Vehicle) 개발도 한창이었다. 승용차보다는 골프 카트와 더 비슷한 모습인데, 최대 2인이 탈 수 있고 뒤편에는 짐을 실을 수 있게 설계됐다. 월면차 타이어는 공기를 채워 넣는 일반 자동차 타이어와 달리, 합금으로 만들어 ‘펑크’ 날 위험이 없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달 정거장’이 바꿀 판도
달 탐험에 쉬운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인류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특히 지구가 아닌 달 상공(궤도)에 건설될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는 달 탐사와 달 기지 건설에 나서는 우주선들이 지구와 달 사이를 오가며 도킹하는 ‘달 정거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루나 게이트웨이는 우주비행사 네 명이 최대 30일 동안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된다.
이 달 정거장 프로젝트는 현재 다국적 협력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각국의 기술을 총동원해 각자의 몫을 해내는 식이다. 캐나다는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우주 로봇팔 ‘캐나담(Canadarm·캐나다의 팔이란 뜻) 3′ 시스템을 제공해 정거장의 조립 및 유지 보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우주비행사들이 생활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인 모듈을 짓고 있으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물자 보급선 개발 등 장기 체류에 필요한 물자 공급을 맡았다.
이렇게 각국의 기술로 루나 게이트웨이가 완성되면, 인류의 달 정착 시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화성까지 더 먼 우주로 가는 인류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낼 것이란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NASA는 “앞으로 루나 게이트웨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달 탐사를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의 테스트베드(실험장)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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