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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긴 갈색털이 북슬북슬한 털매머드가 떼를 지어 시베리아 툰드라의 지축을 흔들고, 아프리카 동쪽 모리셔스 섬엔 400년 만에 부활한 도도새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이 몰려든다.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며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엿봤던 사람들은, 이제 몇 년 뒤면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에 실제로 펼쳐진 멸종 동물의 부활을 보고 경외심을 느낄지 모른다. 생물 보존의 신기원이 될 것이란 ‘탈멸종(de-extinct)’ 프로젝트를 이끄는 미국 바이오 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이하 콜로설)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털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호랑이와 같은 멸종 동물을 부활시키려고 한다. 이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반지의 제왕’ 영화감독 피터 잭슨 등 유명인이 지금껏 투자한 금액만 2억3500만달러(약 3400억원)에 이른다. WEEKLY BIZ는 세계적 유적학자인 조지 처지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콜로설을 공동 창업한 벤 램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화상 인터뷰했다. 그는 “2028년까지 매머드를 복원하는 데 매우 매우 자신 있다”고 했다.
◇“한국 호랑이? 협업합시다”
-당신은 정말 의심할 여지 없이 멸종 동물을 되살려낼 수 있다고 믿나.
“그렇다. 우리는 멸종 동물을 부활시키기 위한 기술력을 모두 갖췄다. 모든 멸종 동물을 다 되살릴 순 없겠지만, 멸종된 동물과 비슷한 친척 동물이 현존하고, 멸종됐더라도 (보존된 사체 등으로부터) DNA(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멸종 동물들은 되살릴 길이 있다고 믿는다.”
-도대체 왜 멸종됐던 동물을 복원하려 하나.
“우선 멸종 동물을 부활시키는 것은 종(種)의 보존에 기여하는 일이다. 또 인간의 과오(過誤)로 멸종된 동물을 되살려 과거의 죄를 씻자는 측면도 있다. 날지 못하던 도도새는 인간 때문에 멸종한 상징과 같은 동물이다. 이 새를 복원하면 인간의 자연에 대한 과오를 되돌리는 셈 아닐까. 아울러 해당 생태계의 주춧돌(keystone) 역할을 하던 멸종 동물을 되살려 서식지에 재(再)야생화시키면 생태계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번성토록 할 수 있다.”
-현재 몇 종의 동물을 언제까지 복원하려 하나.
“우리는 현재 털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등 세 종의 멸종 동물을 복원하려고 하고 있다. 이 세 종은 원래 살던 서식지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상징적인 동물이기도 했다. 이 동물들을 복원하는 기술을 이 멸종된 동물들과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멸종 위기 동물인 아시아코끼리, 분홍비둘기, 북부주머니고양이에도 각각 적용해 위기 동물을 구하는 데에도 활용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미 60개가 넘는 매머드 게놈(유전체)을 모았고, 2028년엔 매머드 새끼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다른 종의 부활 시기는 아직 발표하기 이르지만 매머드보다 빨리 부활하는 종을 볼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랑이가 지구상에서 멸종될까 우려한다. 도움을 줄 수 있나.
“이미 몇몇 정부는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을 구하기 위해 실제로 우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상태다. 각국 정부에선 우리에게 연락해 해당 지역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구하거나 상징적인 멸종 동물을 되살리는 데 협력할 방안을 묻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이 원한다면 한국의 상징적인 동물을 구하고 복원하는 데 협업하고 싶다.”
◇부활의 도구, 유전자 편집
-그런데 매머드는 어떻게 부활시키나. 3D(차원) 프린팅 기술을 쓸 수도 없지 않나.
“물론 아직 3D 프린팅으로 생물을 복제할 순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매머드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시베리아 등지에 묻혀 있던 매머드 사체에서) 오래된 매머드 게놈을 채취한다. 그러곤 매머드와 DNA 구성이 99.6% 일치하는 아시아코끼리의 줄기세포에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털매머드의 유전자를 결합시킨다. ‘어떤 유전자가 매머드를 (아시아코끼리가 아닌) 매머드답게 만드는지’ 연구해 적용시키는 개념이다. 이렇게 털매머드의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한다. 이후 임신 기간 22개월이 순조롭게 지난다면 첫 번째 매머드가 태어날 것이다.”
-복원한 동물을 동물원이 아닌 원래 서식지로 풀어놓을 생각인가.
“그렇다. 우리는 정부 관계자와 지역 주민, 환경운동가 등과 함께 복원된 동물을 자연 그대로의 서식지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멸종 동물 복원이 기후변화 개선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아는데.
“멸종 동물을 복원해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는 게 기후변화를 단번에 해결할 묘약(silver bullet)까진 아니다. 기후변화는 많은 사람의 노력과 각종 기술이 동원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역사적으로 인간이 과한 밀렵·수렵 등으로 주춧돌이 되는 생물종을 멸종시킬 때마다 환경 건강이 악화하고 탄소 배출이 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어느 위도상에 어떤 밀집도로 매머드를 야생화해야 탄소·메탄 배출이 억제될지에 대한 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다.”
-멸종 동물을 복원했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는.
“우선 부활한 멸종 동물을 활용한 에코 투어리즘(생태관광)이 활기를 띨 것이다. 이미 아프리카 등지에선 야생 동물을 사냥·밀렵하는 것보다 생태관광을 위해 종 보존을 했을 때 해당 지역 경제 발전에 더 이바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또 탄소 배출권과 생태 다양성 관련 혜택도 따라올 것으로 예상한다.”
◇“유전자 편집, 새로운 기회 창출”
-유전자를 편집해 탄생하는 동물에 대한 윤리적 비판도 적잖은데.
“멸종 동물 복원이나 종 보존에 이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잘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이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인간의 질병 예방, 건강 증진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탈멸종 프로젝트가 과연 성공할지, 성공하더라도 올바른 방향일지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간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왔던 회의론자들은 대부분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세계적 유전학자인) 조지 처지는 아니잖나. 우리는 전 세계 최고의 유전학자와 과학자들과 협업한다. 지난 2년을 돌이켜 봤을 때 2년 전엔 사람들이 절대로 불가능하다던 일들을 해냈다. 만약 우리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그 성공을 바로 알아챌 것이다. (멸종에서 돌아온) 그 동물이 바로 눈앞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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