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우주가 망망대해라면, 가까운 바다 격인 지구 저궤도(LEO·고도 300~1500㎞)부터 공략하며 ‘우주 대항해 시대’를 차근차근 대비하는 국가가 있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이다.
“대만은 섬나라입니다. 만약 대만이 공격을 받아 해저(海底) 케이블이 다 끊긴다고 생각해보세요. 대만에선 곧 인터넷 대란이 벌어질 겁니다. 통신은 대만 국가 안보의 생명이니, 이제 우주를 바라보게 된 겁니다. 2030년까지 독자적인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라는 신주시에 자리 잡은 대만우주청(TASA). 이 기관을 이끄는 우종신 사무총장은 현지를 찾은 WEEKLY BIZ와 최근 인터뷰하고 “우주에 위성을 쏘아올려 통신망을 구축하는 저궤도 위성 통신은 대만의 안보 문제와 직결될 뿐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면서 “무한한 우주는 향후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의 뒤를 이을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곧 ‘안보 생명줄’
-최근 대만이 저궤도 위성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저궤도 위성 기술 중에서도 통신 분야에 집중하는 중이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통신 기술 분야에 앞선 국가다. 자체적으로 지상·해저용 통신 케이블을 만들어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제는 육지와 바다를 넘어 ‘우주 통신 시대’로 넘어가려고 한다.”
-안보 목적 때문인가.
“안보 목적도 중요하다. 대만은 광대역 통신 설비가 잘 깔린 편이다. 하지만 해저 케이블이 물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대륙에서 가까운 대만 마쭈(馬祖) 열도에선 중국 선박이 해저 케이블을 절단시켜 인터넷 먹통 사태가 벌어졌다.) 반면 우주 공간에 있는 저궤도 위성은 적국의 공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저궤도 위성 통신의 경제적 가치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라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다. 우주 산업에는 위성항법장치(GPS), 태양광, 기상 관측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주 산업 관련 매출의 70~80%는 정부 지출에서 나온다. 저궤도 위성 통신 시장은 이런 나랏돈에 의존적인 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어떻게 상업화할 수 있다는 얘긴가.
“나는 실제로 최근 스페이스X의 초대를 받아서 그들의 최신형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당시 비행기 안에 100명가량이 있었는데, 무려 90~190MBPS(초당 메가비트)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를 비행기 안에서 누릴 수 있단 얘기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하늘을 나는 탈것에서도 빠른 인터넷 사용을 가능케하며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미래엔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빠른 인터넷 통신이 각종 서비스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리라 본다. 이에 저궤도 위성 통신은 모든 산업 분야에 상업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밀 반도체가 이끄는 위성 기술력
-대만의 위성 제조 기술은 어떤 수준인가.
“우리 힘으로 직접 위성을 만들 정도는 된다. 대만은 2017년 대만 자체 기술력으로 독자 개발한 ‘포모사 5호’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위성의 모든 부품은 물론 통제·관리 소프트웨어도 우리가 직접 개발했다. 조종까지 우리가 한다. 이 위성은 아직도 정상 작동 중이다. 통상 위성의 생애 주기는 5년인데, ‘대만산 위성’은 이미 7년이 지났는데도 우주 공간에서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다만 대만은 아직 로켓 관련 기술은 다소 부족하다. 그래서 위성을 실은 발사체는 외국의 힘을 빌려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만은 로켓 관련 기술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만이 위성 제조 기술이 뛰어난 이유는.
“반도체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반도체 덕분에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고,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단가도 떨어뜨릴 수 있다. 위성의 모든 기능은 반도체가 필수다. 위성의 무게는 적을수록, 크기는 작을수록 좋기에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 대만은 위성 제조에도 강점을 갖게 된 셈이다.”
-우주 산업이 대만의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우주 산업이 대만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만은 이미 우주 관련 기술이 뛰어난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사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반도체 성능이 발달할수록 위성은 점점 더 정교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만이 우주 산업을 키우기 가장 적합한 나라고, 정부도 의지가 강하다.”
-한국과 대만은 협력할 수 있을까.
“한국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만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당장 한국도 주변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독자적인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광학 기술이 발달했고, 대만은 기상 기술에서 최고 수준이다. 양국이 기술 교류를 통해 배워나갈 점이 분명히 많다고 본다. 한국과 대만의 영토는 작지만, 우주는 무한하다. 마음껏 탐사하고, 새로운 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갔으면 한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