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일본 전통 여성 가극 '다카라즈카'로 재탄생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 /다카라즈카 가극단

최근 국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배우 김태리가 열연한 드라마 ‘정년이’ 때문이다. 여성만 등장하는 이 장르를 일본에서는 다카라즈카(寶塚)라고 부른다. 다카라즈카는 오사카 근방의 작은 온천 마을이다. 왜 지역 이름을 ‘여성만 출연하는 가극’ 이름으로 쓸까.

일본은 한국과 달리 개인 기업이 운영하는 철도가 있다. 대도시의 주요 거점을 기점으로 한다. 도큐 전철이 도쿄 시부야를, 한큐 전철이 오사카 우메다를 각각 기점으로 삼은 것처럼 말이다. 철도를 따라 종점까지 가보자. 그곳 부동산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다. 이곳에 주택을 짓고, 자기네 철도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도록 하면 부동산 사업도 잘되고, 철도 수송객도 늘어난다. 일석이조가 틀림없다. 하지만 아침에는 종점에서 시내로 들어올 뿐, 시내에서 종점으로 가는 승객은 거의 없다. 대안은 무엇일까. 종점에 학교를 유치하기로 한다. 그러면 학생들이 아침에 종점으로 들어가고 저녁에 종점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이익을 더 낼 수 있다. 사업가 대부분은 여기까지 생각한다.

한큐 전철을 기반으로 ‘한큐그룹’을 일군 고바야시 이치조는 한발 더 나아갔다. 당시 한큐 전철의 종점은 다카라즈카. 이곳에 동물원도 만들고, 온천도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도만 해도 풍부한 상상력이다. 그는 ‘공연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더욱 창의적인 발상을 했다. ‘이미 일본엔 남성만 출연하는 일본식 오페라, 가부키라는 장르가 있다. 그렇다면 여성만으로 구성된 일본식 뮤지컬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1913년 다카라즈카 가극단을 만들고, 그다음 해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1932년에는 히비야 제국호텔 맞은편에 도쿄 다카라즈카 극장을 개관했다. 11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다카라즈카 가극은 요즘도 표를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정도로 인기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만들었으니 분명 머리가 좋은 사람이리라. 하지만 그의 좌우명은 다르다. “만약 네가 게소쿠방의 임무를 맡았다면, 일본에서 제일가는 게소쿠방이 돼라. 그러면 아무도 너를 게소쿠방으로 놔두지 않을 것이다”를 강조했다. 게소쿠방이란 신발 정리하는 업무를 말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허드렛일이라 생각하고 성의 없이 일한다. 하지만 이런 하찮은 업무를 맡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고, 결국은 더 중요한 업무를 맡긴다는 뜻이다. 연말을 맞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혹시 내게 주어진 일 중 별로 중요치 않다 여기고 소홀히 한 건 없는지 말이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