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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미니모 앱을 통해 원하는 일시와 장소 등을 골라 공짜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 사진은 미니모 홈페이지 캡처. /미니모

연초다 보니 인사하러 갈 곳이 많다. 머리 손질이 필요한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혹시 미용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 황당한 발상이지만 일본에선 가능한 일이다. ‘미니모’라는 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사용 가능한 이 앱은 앱스토어에서 ‘미니모’ 앱을 다운받아 로그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메인 화면의 검색창에서 헤어컷, 염색, 네일 아트, 속눈썹 연장 등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한다. 검색창 옆에 있는 필터 아이콘을 눌러 세부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격 조건을 선택하고, 무료(無料) 옵션을 체크하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사들의 목록이 나온다. 각각의 미용사 프로필을 확인해 리뷰와 평점을 참고한 뒤 제공하는 서비스의 세부 사항을 살펴본다. 원하는 미용사를 선택한 후, 무료 서비스의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을 진행하면 된다. 예약 전에 메시지 기능을 통해 미용사와 상담할 수도 있다.

2014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 앱은 ‘고객은 미용실이 아닌 미용사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미용사와 고객을 직접 연결시켰다. 2023년 10월 다운로드 수 600만을 돌파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 상태다. 참고로 우리나라 쿠팡플레이 앱 설치 수가 650만 정도다.

이 앱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용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미니모 측은 시술 요금이 2200엔 미만일 경우엔 440엔을, 2200엔 이상일 경우에는 660엔을 미용사로부터 받는다. 물론 시술 요금이 무료라면 미용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도 없다. 미니모에 돈을 지불하는 측이 고객이 아니라 미용사라는 점이 포인트다. 만약 고객이 미용 서비스 요금에 더해 수수료까지 추가로 내야 한다면, 고객은 앱을 통해 후기만 읽고는 다른 방법을 통해 매장을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은 전적으로 미용사 측에서 부담한다. 앱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용실에 가는 비용은 누군가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역으로 누군가는 많은 헤어 커트 연습을 해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얻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니모는 무료라는 필터링을 통해,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니즈를 적절히 맞춰주고 있다.

실제 잘 작동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도쿄 시부야의 유명 미장원을 방문했다. 남성 커트를 수석실장급에게 받으려면 7700엔을, 그중에서도 특정인을 지명하려고 하면 추가로 1100엔을 더 내야 하는 고급 미장원이었다. 이곳에서도 미니모를 통해 무료로 머리를 자를 수 있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물론 초보 미용사만 이름을 등록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고급 미장원 분위기에서 무료로 머리를 자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좀 더 자료를 뒤져 보니 실력 있는 미용사도 미니모에 자기 이름을 등록한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일본 미용실은 철저한 예약제다. 그러다 보면 어떤 날은 한가할 수도 있다. 하루이틀 전에 보통 자신이 받는 시술 비용보다 저렴하게 금액을 책정해 미니모에 등록한다. 그러면 얼마 안 있어 고객이 예약하겠다는 응답이 온다. 미니모를 통해 예약을 받았으니 평소 대비 시술 금액도 낮고, 게다가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미용실에서 재료비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미용사 입장에선 시간을 놀리느니, 차라리 한 명이라도 더 받는 게 이익이다. 미니모 앱이 잘 작동되는 이유다.

미니모는 미용실이 아닌 미용사를 바라보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니즈를 매칭시켜 주며, 무료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우리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하고 있는지, 그중 일부 비용을 무료로 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모델로 변형할 수는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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