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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의 ‘1호 친구’로 불린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달리, 테슬라의 사업엔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 실적이 지난 2일 발표됐는데, 11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전일 나온 중국 대표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판매 대수가 빠르게 따라붙어 올해는 그동안 지켜온 ‘전기차 1위’ 자리를 내주게 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실적 발표가 나온 다음 날인 3일 테슬라 주가는 6% 급락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까. 머스크의 측근이 된 차기 미 대통령 트럼프는 테슬라를 ‘구원’할 수 있을까. 테슬라와 BYD의 최근 실적 발표 자료를 분석했다. 자세한 2024년 실적 자료는 테슬라의 경우 오는 29일, BYD는 3월 26일 나온다.
◇BYD의 테슬라 추월은 시간문제다
지난해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 대수는 178만9226대로 전년(180만8581대) 대비 1% 줄었다. 주력 차종인 ‘모델 S’ 판매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첫 감소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발표 때 ‘올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보다 약간 증가할 것’이라고 했던 예상도 깨졌다. 직전 3년(2021·2022·2023년) 동안 각각 87%, 40%, 38%씩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생산하는 중국 BYD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 대수가 176만4992대로 테슬라보다 아직은 2만4000대 적었다. 하지만 한 해 전 차이가 23만대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격차가 좁혀졌다. 직전 3년간 비야디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각각 144%, 184%, 73%씩 늘며 테슬라를 무섭게 따라붙었다. BYD 판매 대수의 증가 속도, 테슬라의 정체를 감안하면 BYD가 올해 테슬라보다 많은 전기차를 팔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회 때 치열해지는 경쟁, 고금리·고물가로 위축된 소비, 전보다 크게 줄어든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등을 판매에 타격을 준 원인으로 지목한다. BYD는 반대다.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 이를 통한 가격 인하 등을 동력으로 판매 대수를 늘리고 있다.
◇‘저렴한 새 모델’ 테슬라를 구원할까
‘지속 가능한 교통이라는 목표에 지구가 더 다가갈 수 있게 점점 더 많은 경쟁자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려면 전략 수정이 필요해졌다.’(테슬라 3분기 실적 보고서) 테슬라의 ‘새 전략’ 중 하나는 저가의 중국 전기차에 맞서기 위한 저가 모델이다. 3만달러 아래로 가격이 책정될 전망인 ‘더 저렴한 모델(more affordable model)’이란 문구는 지난 1분기 실적부터 등장했다. 비공식적으로 ‘모델2′ 혹은 ‘모델Q’로 불린다.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때 ‘더 저렴한 모델을 포함한 새 자동차는 2025년 상반기 생산을 시작한다는 일정에 맞춰 준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발표 때 이 새 모델의 생산 시점은 ‘2025년 하반기’라고 예상됐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시점을 당겨 ‘상반기’로 적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키우는 중이다. 만약 29일 있을 2024년 실적 발표회 때 이 시점이 다시 ‘하반기’로 늦춰진다면 테슬라 주가엔 또 한 번 충격이 올 수 있다.
◇머스크는 정부에 ‘침투’할 이유가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가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후 확실히 그에게 ‘줄’을 섰고 당선 후엔 인사(人事) 등에 개입하면서 그 ‘열매’를 쏠쏠히 수확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권 참여가 그의 사업적 이익과 충돌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테슬라의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테슬라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과의 관계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내내 중국을 공격하면서 1기(2017~2021년) 때에 이은 제2의 무역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반면 테슬라의 사업은 중국과 단절될 경우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과 깊이 연관돼 있다.
지난해 3분기 판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월 중국 내 테슬라 매출은 149억달러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5년 전엔 12%였는데 크게 늘었다. 테슬라에 따르면 2019년 문을 연 중국 상하이 공장은 연간 약 95만대를 생산 가능한 “가장 중요한 수출 기지”다. 트럼프가 일부 강경 ‘미국 우선주의’ 세력의 주장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무역 분쟁이 심화해 상하이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는다면 테슬라 매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 입장에선 혼신의 힘을 다해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란 뜻이다.
◇트럼프 ‘법인세 인하’ 절실한 테슬라
테슬라의 순이익률(매출 대비 비용·세금을 빼고 남긴 돈인 ‘순이익’의 비율)은 지난해 13%고, 지난해 3분기엔 10%였다. 매출이 회사가 장사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여준다면, 순이익은 회사가 추가 투자를 하거나 배당을 나눠줄 ‘힘’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하게 해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지표다.(다만 테슬라는 아직 배당은 한 적은 없다.) 이 순이익을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마지막에 나가는 돈인 세금인데, 전기차와 관련한 친환경 세액공제 등은 순이익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테슬라는 밝히고 있다.
테슬라의 실적 보고서엔 각국의 세금 정책과 실질 세율이 매번 갱신된다. 세금을 결정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따라 세율은 거의 매 분기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1~3분기 세율이 23%로 전년 동기(10%)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렇게 세율이 한 해 사이 크게 바뀌는 이유에 대해 테슬라는 “사업 지역별 매출 변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세액 공제 정책의 변화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기업엔 호재다.
중국에 내는 세금이 올라간 것도 지난해 테슬라의 부담을 키운 요인이었다. 지난해 초 발표된 2023년 연간 실적 발표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상하이 지방 정부로부터 중국의 법인세율인 25%보다 훨씬 낮은 15%의 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특혜를 2019~2023년 받았다. 이런 특혜는 하지만 종료됐고 2024년부터는 25%를 세금으로 내야 할 전망이다.” 중국은 해외 자본 투자를 위해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깎아주곤 하는데 지난해 이를 연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중 무역 갈등의 진행, 중국의 미 기업에 주는 특혜 등에 따라 테슬라의 실적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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