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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안전하게 멈춰설 수 있도록 돕는 EMAS(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 EMAS 설치에 전문성이 있는 런웨이세이프그룹은 "EMAS는 효과적으로 사고 피해를 줄이면서,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 않는 시설물"이라고 했다. /런웨이세이프그룹 링크드인

지난해 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이후 공항 시설 안전 개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와는 별개로 오버런(이착륙 시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 상황에서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상황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에서 300m 정도를 활주로 종단안전구역(RESA)로 설정하고, 이 안에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항공기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을 두더라도 부러지기 쉽게 설치해야 한다.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를 붙잡아줄 EMAS(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가 없었던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 항공기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에 충돌하며 인명사고를 겪었던 캐나다의 항공·공항 당국은 WEEKLY BIZ는 “(사고 이후) 공항에 있었던 둔덕은 제거했다”고 밝혔다. EMAS 설치에 전문성이 있는 런웨이세이프티그룹은 “EMAS는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를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캐나다 핼리팩스 공항 “둔덕 제거했다”

캐나다 핼리팩스 공항은 이번 제주항공 참사와 비슷한 사고를 경험하고 둔덕을 제거했다. 2004년 10월 핼리팩스 공항을 출발해 스페인으로 향하던 화물기(보잉 747-244SF)는 착륙에 실패하면서 활주로를 벗어난 뒤 공항 내 둔덕에 충돌했다. 제주항공 사고와 마찬가지로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이었다. 조종사와 승무원 7명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

2004년 10월 캐나다 핼리팩스 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충돌한 콘트리트 둔덕.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받는 로컬라이저 둔덕과 유사한 구조다. 사고 이후 이 둔덕은 제거됐다. /TSB 사고조사 보고서
2004년 10월 캐나다 핼리팩스 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충돌한 콘트리트 둔덕.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받는 로컬라이저 둔덕과 유사한 구조다. 사고 이후 이 둔덕은 제거됐다. /TSB 사고조사 보고서

규정상 문제는 없었다. ICAO는 활주로 끝에서부터 300m 지점까지를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으로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최소 기준은 150m다. 핼리팩스 공항은 210m까지를 종단안전구역으로 두고 있었고, 둔덕은 종단안전구역 밖이었다. 무안공항 역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 끝에서 259m 지점까지고, 둔덕은 264m 떨어진 지점에 있다.

핼리팩스 공항 관계자는 “(사고 당시 항공기가 충돌했던) 둔덕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안전 및 위험 관리에 대한 부분은 계속해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 교통국과 캐나다교통안전위원회(TSB)는 “TSB 측은 캐나다 내 공항 운영자들에게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의 길이를 충분한 수준까지 연장해서 사고 발생 시 위험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공항 중에는 무안공항 외에도 여수, 포항경주, 광주공항 등에 둔덕이 있는데, 이를 제거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셈이다. 이에 더해 국내 나머지 공항에서도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이 ICAO 권고 기준에 얼마나 못 미치는지, 사고 시 피해 예방에 충분한 수준인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항 시설 전문 기업 “EMAS는 경제적인 대안”

공항 부지가 좁아서 충분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마련할 수 없을 때 EMAS가 대안이 된다. 활주로 끝을 지난 지점에 잘 깨지는 소재를 바닥에 설치해두면,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가 이 지점에 도착했을 때 바닥이 깨지면서 항공기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홈페이지를 통해 “EMAS는 1999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활주로 이탈 사고 22건이 발생했을 때 총 432명이 탑승한 항공기를 안전하게 멈춰 세웠다”고 홍보하고 있다. EMAS는 크게 1990년대 FAA가 민간기업과 협업을 통해 개발한 EMAS맥스와 2010년 노르웨이 기업이 개발한 그린EMAS로 나뉜다. 작동원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전 세계 90개 공항에 140개 EMAS를 설치한 경험이 있는 런웨이세이프그룹은 “우리 제품은 보잉747 점보제트를 멈춰세운 적도 있다”며 “23차례의 실제 사고 사례에서도 (사고 예방) 효과를 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제성 면에서도 EMAS는 검토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했다. 런웨이세이프그룹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한 사람이 ‘삶의 가치’를 400만달러 정도로 평가하는데 EMAS 설치 비용은 400만~1000만달러 수준”이라며 “치명적인 오버런 사고의 피해는 5억달러에 이르기도 하는데, 같은 금액이라면 100개의 EMAS를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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