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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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2008년 영화 ‘21’은 수학 천재 대학생들이 카지노에서 거액을 버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입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액을 번 매사추세츠공대(MIT) 블랙잭 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벤 메즈리치의 소설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가 원작입니다.

MIT 수학과 학부생 벤 캠벨(배우 짐 스터게스)은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지만 30만달러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학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미키 로사(케빈 스페이시) 교수의 수업을 듣는데 교수는 벤에게 “(가상의) 게임쇼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고 합니다. 그러고는 “문이 닫힌 세 개의 방이 있는데, 한 방에는 승용차가 상품으로 있고 다른 두 방에는 염소가 있다. 어떤 방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습니다. 벤은 건성으로 고릅니다. 질문은 이어집니다. 교수가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게임쇼 진행자가 네가 고르지 않은 방 문 하나를 열고 염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선택한 방을 교체할지’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벤은 스스럼없이 방을 바꾸겠다고 답합니다.

교수가 이유를 묻자 벤은 “세 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자동차를 획득할 확률이 33.3%이지만, 1차 선택 후 사회자가 하나의 방문을 열고 난 뒤 방문을 교체할 경우 이 확률이 66.7%로 높아진다. 추가적인 정보가 확률 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벤은 단번에 본질을 꿰뚫어 본 겁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로사 교수는 벤을 조용히 MIT 블랙잭 팀에 초대합니다. 벤은 이곳에서 카드 카운팅을 배우고 주말마다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큰돈을 벌지만 곧 복잡한 갈등과 음모에 빠집니다.

카드 카운팅이란 블랙잭에서 통계적 추론을 활용해 승패 확률을 계산하고 베팅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는 기술입니다. 블랙잭의 게임 구조와 전략을 연구하던 MIT 학생들은 1979년 카드 카운팅을 실제 적용하기 위해 MIT 블랙잭 팀을 결성했습니다. 이 팀은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하면서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벤 캠벨의 실제 모델은 제프 마입니다. 카지노 딜러 역을 맡아 이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MIT를 졸업한 뒤 카드 카운팅의 기초가 된 통계 기법을 활용해 스포츠 경기 결과 베팅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카드 카운팅의 원조는 UCLA 수학 박사 출신인 에드워드 소프입니다. 카드 카운팅으로 큰돈을 번 소프는 활동 무대를 월스트리트로 옮깁니다. 그가 1969년 140만달러로 설립한 헤지펀드의 자산은 18년 뒤 2억7300만달러로 불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펀드는 통계를 활용해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최초의 퀀트(Quant) 펀드로 인정받습니다. 스포츠 베팅이든 투자든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