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 채널도 시즌제 드라마로 시청자 붙들기에 나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장 후 장르 구분없이 속편 제작이 활발해진 분위기다. 이중 tvN과 SBS는 시즌제 드라마 편성 전략에서 극과 극의 온도 차를 보였다. tvN은 기획 단계부터 시즌·파트제를 택해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지만,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반면 SBS는 시즌1에서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편을 만들어 흥행 타율을 높였다.
◇tvN, 시즌·파트제 효과 미비
tvN은 시즌·파트제를 남발했다. 과거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 등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역사를 썼는데, OTT 출현으로 타격을 받자 드라마 쪼개기 전략을 택했다. '환혼'과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 대표적이다. 사극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다가,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촬영 기간이 더욱 늘어나 위험 요소를 줄일 수밖에 없다. 총 30부작인 환혼은 파트1(20부)·2(10부)로 나눠 방송했다. 스타 작가인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써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파트1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파트2는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묻혔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청률 10%를 넘지 못한 이유다. 지난해 8월 말 파트1 종방 후 4개월 만에 파트2를 방송,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촬영 초반 여주인공 박혜은이 하차, 정소민이 투입됐고 파트2는 고윤정으로 교체한 영향도 컸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시즌제 역효과를 불렀다. 이 드라마는 잘나가던 내의원 의관 '유세풍'(김민재)이 궁중 음모에 휘말려 쫓겨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극 최초로 정신과 의사를 다뤄 관심을 모았지만, 시즌2는 세풍과 '서은우'(김향기)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아쉬움을 자아냈다. 시즌1(12부) 종방 후 4개월만인 이달 시즌2(10부)를 시작,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미씽2'도 OCN에서 tvN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영혼 마을을 배경으로 사라진 시체를 찾고 사건 배후 진실을 쫓는 이야기다. 이정은과 김동휘가 새 캐릭터로 합류해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시청률은 3~4%대로 시즌1(2020)과 비슷했다.
'아스달 연대기2'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즌1(2019)은 총 제작비 540억원이 투입됐으며, 한국판 '왕좌의 게임'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세트장 등 초기 제작비가 많이 들어 시즌1만으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였다. 처음부터 시즌2 제작을 염두에 뒀지만, 혹평을 받아 계속 미뤄졌다. 결국 주연인 송중기와 김지원 대신 이준기와 신세경이 시즌2에 합류했다. 시즌1에서 역사 이전 시대인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해 톤이 제각각이었고 어설픈 CG, 청동기 시대 배경과 맞지 않는 소품과 의상 등으로 비판 받았다. 시즌2는 영화 '안시성'(2018) 김광식 감독이 김원석 PD 바통을 이어받아 완성도를 높일 전망이다.
◇SBS, 흥행작 시즌제 편성
SBS는 시즌제 드라마 굳히기에 나섰다. '모범택시2'를 비롯해 '낭만닥터 김사부3' '소방서 옆 경찰서2' 등 올해 시즌제 드라마만 3편 선보일 계획이다. '열혈사제2' 편성도 논의 중이다. 그동안 SBS는 오후 10시 프라임 시간대 장르물로 금토극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이 시간대에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웹툰'을 편성, 시청률 참패를 당한 후 올해는 장르물로 모두 채웠다. 모범택시는 다음달 1년6개월 여만에 시즌2로 인사할 계획이다. 동명 웬툰이 원작이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복수를 대행하는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 이야기다. 무엇보다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활약이 관전 포인트다. 다양한 '부캐'(부캐릭터)로 변신,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하며 통쾌함을 줄 예정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4월 시청차를 찾는다.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의사들의 이야기다. 시즌1(2016~2017)부터 함께한 한석규가 선봉장에 선다. 시즌1의 서현진·유연석이 하차했지만, 시즌2부터 안효섭과 이성경이 합류해 중심을 잡아줬다. 일반적으로 법조·의학물은 장르물에 비해 시즌제로 만들기 쉬운 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실제 사건을 활용해 매회 에피소드별로 전개, 시청자 중간 유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시즌1·2 모두 시청률 27%를 넘으며 인기몰이, 시즌2 역시 기대가 높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시즌2로 아쉬움을 달랠 전망이다. 범인 잡는 형사 '진호개'(김래원)와 화재 잡는 소방대원 '봉도진'(손호준)의 공동대응 현장일지다. 경찰과 소방의 공조를 그려 신선함을 줬고, 장르물에 추리 요소를 섞어 재미를 더했다. 시즌1(12부)이 시청률 10.2%로 막을 내렸지만, 재벌집 막내아들과 경쟁해 묻힌 면이 없지 않다. 촬영 초반 이힘찬 프로듀서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시즌2는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 미니시리즈가 16~24부작으로 길었다면, 요즘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촬영 기간이 1년 가까이 늘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위험 부담이 커졌다. 채널도 다양해져 쪼개기 방송 등을 통한 편성 유연화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청률만 보고 시즌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시즌1이 흥행했다고 속편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흥행작을 시즌제로 만들면 광고 단가가 높아지는 등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OTT에 공급하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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