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민경 기자] 결혼, 연애 예능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최근 몇 년 사이 결혼과 연애, 이혼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물 밀듯이 쏟아졌다. 결혼, 연애 리얼리티 예능 홍수 속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과 설정으로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필연적으로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결혼지옥’)과 MBN ‘고딩엄빠’는 아동 성추행 논란과 그루밍 범죄 미화 논란 등에 휩싸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비난을 받고 폐지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12월 방송된 ‘결혼지옥’에서는 '고스톱 부부'로 불린 사연자 부부 중 남편이 아동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방송에서 남편이 아내가 전혼 가정에서 데려온 7살 딸과 장난을 치던 중, 아이가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딸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모습이 담겼던 것.

시청자들은 '아동 성추행'이라고 지적했고, 이를 여과 없이 방송한 '결혼지옥' 제작진을 향해 강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폐지 요구까지 빗발친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심의 민원도 쇄도했고, 심지어 사연자 부부 거주지의 관할 경찰에 관련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에 '결혼지옥' 제작진이 공식입장문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한 것은 물론, 오은영 박사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촬영 내용에 대해 충분히 사연자에게 설명하고 개선 방안을 지도했으나 방송에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수용되지 못한 것을 알리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결혼지옥’ 측은 2주 간의 재정비 기간을 가진 후 지난달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방송 첫 부분 제작진의 짧은 사과문을 내보낸 것이 전부. 시청자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했고, 오은영을 비롯한 출연진들 역시 논란에 대한 언급은 일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부부들의 자극적인 사연도 여전했다. 논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결혼지옥’에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내비쳤고 화제성도 줄었다.

‘고딩엄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고딩엄빠’는 시즌2까지 방송되며 수많은 논란에 직면했다. 특히 시즌2에서는 미성년자 여성과 성인 남성의 연애, 임신, 출산을 연이어 다루며 미화 논란에 휘말렸다. 또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그루밍 범죄를 미화하는 것으로 비쳐져 문제가 됐고 결국 시청자들이 폐지 요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딩엄빠’ 측은 시즌2 종료를 택하고 2주 간의 휴식기를 가진 후 시즌3로 돌아왔다. 제작진은 “그들의 임신이나 육아를 지지하거나 미화시켜 그들을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은 확실히 지적하고 따끔한 질책과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고딩엄빠들이 좀 더 성숙한 부모가 되길 바라고 시청자들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줌으로써 10대의 올바른 연애와 성(性)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딩엄빠3’에서는 보다 다양한 전문가 패널들을 구성, 스튜디오에서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정까지 찾아가 냉철한 지적과 충고를 가감 없이 다루려고 한다”며 “시즌3를 통해 청소년 임신·출산 미화가 아닌, 청소년의 혼전임신에는 냉혹한 자기희생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다 명료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 ‘고딩엄빠’ 측은 다양한 전문가 패널들을 구성해 솔루션과 조언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학폭, 빚 등 자극적인 사연은 여전했고, 미화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두 프로그램 모두 방송 재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은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고, 자극적 이슈 몰이를 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과연 이 프로그램들이 이미 돌아선 시청자들을 다시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MBC,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