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카페 사장 ‘최준’, 산악회 ‘이택조’, 신도시 기혼 여성 ‘서준맘’ 등, 최근 유튜브를 기반으로 수년간 코미디언들의 부캐(부 캐릭터)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그중 개그맨 김경욱이 몇년간 꾸준히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어필해 왔던 ‘부캐’ 다나카상은 콘서트 진행은 물론, 심지어는 일본의 국민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나카는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릭터로, 일본 호스트 업계에 종사 중이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세기말 일본풍 머리 모양과 짝퉁 명품 벨트, 능숙함과 어리숙함을 넘나드는 한본어(한국어+일본어) 사용 실력은 과거에 봤을 법한 실제 일본인 호스트를 떠올리게 해 웃음을 자아낸다.
유튜브를 시작으로 ‘라디오 스타’ 등을 포함한 공중파 출연, 심지어는 채널A 주말 뉴스에도 출연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그이지만 사실 대중의 시선은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고 있다. 일본인의 한국어 실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는 점이 일각에서는 ‘제노포비아’ 논란을, 캐릭터성이 짙은 왜색 문화를 띄고 있는 점을 지적 하고있다.
하지만 ‘다나카상’ 열풍의 가장 큰 문제점은 캐릭터의 근간이 일본 ‘화류계’ 출신이라는 점과 미디어가 그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 앞서 언급한 카페 사장 ‘최준’, 산악회의 ‘이택조’ 등은 주변에 있을 법한, 봤을 법한 친근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공감을 자아내기 위해 형성된 ‘부캐’다. 이처럼 현실과 면밀히 닿아있는 부캐들에 부여되는 탄탄한 세계관과 설정은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며 인기를 모아왔다.
카페 사장, 중년의 산악회 멤버, 신도시 기혼 여성 ‘부캐’에 대한 열풍이 “저런 분야에 저런 캐릭터가 정말 있다고?”라는 관심으로 시작된 것에 관점을 둔다면, 다나카에 대한 열풍은 다른 ‘부캐’의 열풍과는 차이점과 우려점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다나카는 출연하는 방송마다 “다나카 XXX에 지명받았습니다”라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유흥업계의 언어를 주류 미디어에 노출하는 셈은 물론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친근감 유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4년간 개그맨 ‘김경욱’이 다나카상에 쏟아부은 노력과 그의 스타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제노포비아' 논란에 정작 일본 누리꾼들은 "귀신 같은 풍자"라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하기도 한다. '왜색 논란'의 영향력 역시 시청자의 취향과 선택으로 노출되는 '웹 콘텐츠'에서만 이뤄진다면 문제 될 일이 없다. 호불호는 개인 취향의 차이기 때문이다.
다만 KBS, SBS, MBC 등, 각종 공중파 채널을 넘어 공영방송까지 나서서 그의 말투를 흉내 내며 ‘제노포비아’에 대한 경각심에 무딘 모습은 물론, ‘화류계 출신’ 캐릭터를 고민 없이 노출하고 있는 현상은 다소 우려스럽다. ‘가상은 가상으로 즐겨라’라는 말은 위험하다. 그 메시지를 '시청자 선택형' 유튜브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시청자로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이 전하게 된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대중들의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중파가 지니고 있는 무거운 영향력을 한 번 더 고민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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