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는 선이라는 것이 없다. 출연자가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까지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3일 방송한 '결혼지옥'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대화마저 통하지 않는다는 '노룩 부부'가 출연했다. 사실 이날 부부의 관계는 이전 방송보다는 더 화기애애했다. 앞선 방송에선 폭력에 욕설까지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고 부부간의 상황도 더 냉랭했다. 하지만 이날 부부는 이미 3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넷째가 생길까봐 고민하는 수준이었다.

남편이 과도하게 누나에게 의존한다고는 하지만 처제와 사이도 좋다는 것을 보면 그리 큰 고민의 수준은 아니었다.

또 밤늦게까지 하는 주점을 운영하는 남편이 새벽에 귀가하는 것도 그리 큰 문제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밋밋하다고 느꼈을까.

남편은 갑자기 '짐승'에 가깝게 돌변했다. 아내는 남편이 부부관계에서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셋째를 출산할 때 (당신이 정관수술을 안 해서) 내가 피임 수술하려고 했는데 유착이 심해서 안된다고 하더라. 내가 죽길 바랐어"라며 피임에 무신경했던 남편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이 정관수술을 약속했지만 무섭고 아프다면서 피했다. 저는 세 번이나 제왕절개를 했다. 마지막에는 말도 없이 피임을 안 하더라. 부부관계가 공포스러웠다"고 말했고 남편은 "제가 잘못한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아주 사적인 부부만의 이야기이고 누가봐도 명확한 결론이 나는 부분이지만 이를 고스란히 중계하는 형태였다.

여기서 한 술 더 떠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으러 간 장면까지 공개했다. 그리고 급기야 화면에는 남편의 정자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남편이 '정자왕'에 등극한 사실이 고스란히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타고 중계됐다.

또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듯 수술을 마치고 온 저녁 식사 자리에는 장어와 복분자술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결혼지옥' 관련 영상에 댓글은 막아놨다. 하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제 역겨운 수준이다. 보기 너무 불편하다" "이제 남의 남편 정자 움직임까지 TV로 봐야하나" "수술 마치고 왔는데 술을 마시는게 장난 치는 것 같다" 등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결혼지옥'에는 익산시에 사는 한 재혼 가정의 남성이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면서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찌른 부분이 방영돼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전북경찰청은 지난 달 30일 이 남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붓아버지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하다가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출연자가 방송 내용으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하지만 '결혼지옥'은 보란 듯 선을 넘고 있다. 폐지도 아니고 2주 결방 끝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별 문제 없이 방송되고 있으니 더 자신만만해진 탓일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