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백종원의 진심이 오염되지 않고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까? 쉽고 즐겁게 요리하며 맛있는 우리 음식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그 마음 말이다.

앞서 백종원은 OSEN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음식 예능 출연 이유에 대해 “음식 예능이 해외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식의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에게 한식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없으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류의 시작은 아이돌과 드라마다. 아이돌들이 한국의 음식을 언급하거나 드라마에 한국 음식이 나오면 그것을 보고 한식에 관심을 가진다. 이젠 예능을 통해서 제대로 된 한식을 글로벌하게 외국에 알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교민들과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가나다라를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요리 연구가 백종원은 그동안 ‘진짜 한국의 맛’, ‘한식대첩’, ‘백종원의 3대천원’, ‘마이리틀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먹고 자고 먹고’,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골목식당’, ‘고교급식왕’, ‘양식의 양식’, ‘맛남의 광장’, ‘백파더’, ‘백스피릿’, ‘백종원 클라쓰’ 등 수많은 쿡방을 이끌었다.

자신의 부와 명성을 위해서가 아닌 모두 함께 요리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잃을 게 많은데”도 tvN ‘장사천재 백사장’을 선택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거창한 포장지 대신 장사꾼 초심자로 돌아가 직접 몸으로 겪으며 해외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하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한식 불모지인 모로코에서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위기가 닥쳤다. 지난 9일 방송된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 이장우, 뱀뱀은 갈비탕과 불고기를 준비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명이 꺼졌고 더 이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현지 스태프의 경고도 이어졌다. 장사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안 된 터라 식재료는 가득 남은 상황이었다.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할랄 고기만 먹을 수 있다. 백종원이 준비한 음식은 100% 할랄 음식이었으나 이를 의심한 누군가의 제보로 장사를 할 수 없었던 것. 야시장이 유명 관광지인 탓에 비무슬림의 낯선 음식에 민원이 제기됐다는 의혹을 남긴 채 백종원의 첫날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비단 외국인들 뿐만이 아니다. 고향인 충청남도 예산군의 홍보대사인 백종원은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억이 있던 곳인데 와서 보니까 다 임대 임대 붙어 있고 깜짝 놀랐다. 너무 현실로 확 와닿았다. 아 지방이 이렇게 힘들어졌구나. 이러다 잘못하면 지방이 없어지겠다”며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쓸쓸하고 적막하던 시장에 다시 활기를 넣고 사라져 가는 지방 도시를 살리기 위해 장장 3년에 걸친 대규모 지역경제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이는 2019년부터 구상한 것으로 백종원이 직접 시장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에 나섰으며,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시국 속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애썼다.

백종원은 2017년 위생 문제로 논란이 됐던 '삼국축제' 사건 이후 부정적 이미지를 막고자 사비로 시장 상인들을 데리고 견학을 시키거나 위생 교육을 시키는 등 노력을 쏟아부었다. "나는 국밥거리가 위생과 가성비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소가 됐으면 한다”며 고향의 부활을 위해 진심을 다했다.

하지만 동향인들까지도 그의 진심을 온전히 알아주지 못했다. 2022년 삼국축제 전에 진행한 위생점검에서는 심각한 상태가 발견됐고 장사가 제일 안된다는 국밥집을 찾아 냉철한 조언 끝에 국밥을 개선했지만, 다음날 직원들이 같은 곳을 방문하자 백종원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백종원은 "군과 협의를 했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기서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떼기로 했다. 저도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됐다. 몇 년에 걸쳐 노력도 하고 많은 비용을 쏟았지만 굉장히 불편하셨던 것 같다. 더 도와드린다고 했다가는 잘못하면 홧병 나실 것 같다. 저도 마음을 많이 다쳤다”며 뒤로 물러섰다.

백종원은 요리 연구가이지만 여러 사업을 운영 중인 기업인이다. 자신이 표현한 대로 잃을 게 많은 터라 예능적으로 모험과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할 법도 하지만 모두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곤 했다. 하지만 그의 진심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몰라주고 있다.

이러다 진짜 백종원이 홧병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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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상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