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BS2 ‘1박2일’은 위기였다. KBS 간판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제 몫을 못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방에 왜 ‘1박2일’이 공영방송에 꼭 필요한 예능인지를 확인시켜줬다.

'1박2일'의 시청률 하락세는 심각했다. 올해 들어 줄곧 떨어졌다. 10%대이던 평균 시청률은 거의 매달 1%씩 빠지면서 6월 들어서는 7%대까지 하락했다. 단순히 떨어졌다는 것보단 이같이 꾸준한 하락세는 특별한 반등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추세선을 꺾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1박2일'은 영양군 재래시장 에피소드 한 번으로 사회 문제까지 변화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발단은 지난 4일 방송한 '개미와 베짱이' 특집이었다. 연정훈 김종민 유선호가 마을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재래시장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옛날 과자 3봉지 담았다. 하지만 과자 1봉지당 약 7만원이 찍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연정훈은 "너무 비싼데?"라고 했고, 유선호도 "이게 아닌데?"라며 깜짝 놀랐다. 이에 연정훈은 상인에게 "10만 원에 맞춰 달라"고 했지만, 상인은 벌써 세봉지 포장을 끝냈고 "아까 먹은 게 얼만데…14만 원만 달라"고 해 결국 14만 원에 옛날 과자 3봉지를 구매했다.

이 에피소드가 전파를 탄해 전국 행사 시즌 바가지 요금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과자 3봉에 21만원이 말이 되나"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해당 지역에 대한 비난에 나온 것은 물론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영양군 측은 즉각 "해당 상인은 외부 상인으로 밝혀졌으나 그를 재래시장에 들인 것 또한 저희 잘못"이라며 "축제 때 바가지 요금을 관리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실제 방송에 등장한 상인도 쏟아지는 비난에 "코로나로 인하여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제가 생각이 짧아서 과자 단가를 높이 책정되어서 모든 상인 여러분과 '1박2일' 관계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이런 일은 처음 겪어서 어떻게 써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 진심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해명했다.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방송인 박명수는 9일 방송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된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사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긴다"라며 "잘 모르지만 과자가 어떻게 21만 원이 나오냐. 어떻게 그러냐. 지역 경제 살리려다 지역 경체 망치는 거다.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여기서 그쳤다면 아쉬움만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 지역 행사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은 쏙 들어갔다.

최근 진행된 전북 무주 산골영화제에서는 모든 음식 판매 가격이 최대 1만원 이하로 책정돼 주목받았다. 축제 기간 간식 부스를 운영한 업체 7곳은 모두 1만원 이하로 판매가격을 책정했다.

무주군 관계자는 "그간 산골영화제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젊은 세대와 여성이어서 매년 음식 가격은 1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며 "최근 타지역 축제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 산골영화제 음식값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가격'으로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다. 다음달 열리는 강릉 단오제를 앞두고 감자전과 막걸리 등의 가격을 각각 6000원으로 정했다. 다음 달 21일부터 열리는 보령 머드축제는 해수욕장 물가 특별관리팀과 부당요금 신고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다. 오는 9월 '소래포구축제'에 앞서 소래포구 어시장상인회는 저울·원산지 속이기 근절을 위한 자정대회를 열 예정이다. 제주도의회 한동수 의원은 지난 9일 제주도내 관광 물가안정과 미풍양속을 개선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아직 모든 지역행사에서 바가지 요금이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시작됐고 그 움직임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퍼지면 전국 지역행사 바가지 요금이 근절되는 것도 요원한 일이 아니다. 바로 '1박2일'의 선한 영향력으로 인해서 말이다.

아직 ‘1박2일’이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선한 영향력은 ‘트리거’가 돼 반등 모멘텀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예능에서 1번은 ‘재미’다. 선한 영향력을 꾸준히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1박2일’은 ‘재미’ 포인트를 다시 찾아야한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