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문제를 리얼하게 다루며 시즌1으로 찬사를 받았던 ‘D.P.’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모두의 기대 속에 시즌2가 전 세계에 공개됐고,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에선 공개 직후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정상을 지키고 있다. 현재 작품을 접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데, 1편이 워낙 웰메이드 수작인 탓에 제작 단계부터 높은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그런 만큼 평가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시즌1부터 이어져 온 조석봉(조현철 분) 사건과 시즌2의 포문을 여는 김루리(문상훈 분) 총기난사사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군 수뇌부의 비밀까지 'D.P.2'가 아니었다면 어디서도 꺼내지 못할 이야기다. 이번 'D.P.2'에는 전작과 또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

# 줄어든 준호열 콤비의 활약, 아쉬울 수 있지만

군무 이탈 체포조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은 시즌1에서 '브로맨스' 케미를 폭발시키며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D.P.'가 한국의 군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역할도 했지만. '준호열' 콤비의 버디 무비를 보는 듯한 구성도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 시즌2는 준호열 두 사람이 자살을 시도한 조석봉을 목격하면서 큰 트라우마를 겪고, 이를 계기로 군 수뇌부의 비리가 드러난다. 거대한 군 시스템의 부조리가 개인의 일탈로 둔갑하고, 부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는 처절히 묵살되는 비극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탈영병을 체포하는 준호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간부인 임지섭(손석구 분)을 비롯해 권력을 쥔 구자운 준장(지진희), 서은 중령(김지현), 오민우 준위(정석용)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상대적으로 시즌1에 비해서 적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조석봉의 사건을 겪고 나서 준호열이 디피 활동을 이어갈수 있을까 싶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탈영병을 체포하는 에피소드가 나오면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가져가는 것도 좋겠지만, 내 앞에서 누군가 얼굴에 총을 쏘는 사건 이후에 이들이 똑같은 활동을 곧장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렇다면 이제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했다. 그들대로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들을 그려보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이길 바랐다"고 밝혔다.

시리즈 초반 임지섭이 메인으로 나온 이유에 대해 "육군 본부 이야기가 나오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이야기의 서사이다 보니 결국 준호, 호열, 범구, 지섭 중에 간부 역할이었던 지섭을 통해서 불이 붙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이 붙기 시작하고 마지막 11~12회로 가는 구성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 군대=한국 사회의 축소판, 끝없는 문제 제기

'D.P.2' 시리즈를 보면 어딘가 모를 기시감이 든다. TV 뉴스에서 한 번쯤 봤던 가슴 아팠던 그 사건이 뇌리를 스친다. 김루리 에피소드는 과거 '김일병 총기난사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최근 실제로 벌어진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 역시 대한민국 군대의 허술하고 낡은 문화를 되짚어보게 했다.

한준희 감독은 정확히 '김일병 총기난사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라며, 특정 사건이 연상될 수도 있지만, 우리 작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픽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군대는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어떤 일을 겪고 다치거나 하면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을까 하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또한 충격적인 조석봉 사건 이후에도 방관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부대 내 지속되는 괴롭힘과 폭력 등은 이 작품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군대에서 만들어진 문화가 우리 사회로 퍼지면서 수직 서열 문화, 복종 문화 등이 뿌리 내렸기에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 판타지 같은 결말일지언정..

미필을 포함해 여성 시청자들이 더 열광했던 'D.P.' 시리즈. 이는 여자들이 군대 얘기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를 가장 싫어한다는 선입견을 제대로 깨버렸다. 그 이유는 직접 군대에 가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가 있었고, 군대 내 문제는 곧 한국 사회의 문제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탈영병 개개인의 사연에 초점을 맞춘 시즌1과 비교해, 시즌2는 군 수뇌부를 통해 이야기의 외연과 문제의식을 좀 더 확장했다. 여기에 수뇌부의 비리와 군 집단이 은폐한 비밀 등을 깊숙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시즌1과 확 바뀐 분위기에 당황했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눈에 띈다. 시즌2에서 원했던 기대 포인트가 달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캐릭터들의 액션 능력치가 갑자기 상승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고, 특히 정해인의 기차 액션신은 여러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알고 보면 이 장면에도 연출자의 의도가 있었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2를 만들며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 느꼈지만, 국가를 상대로 누가 이긴 적이 없다. 비긴 적도 당연히 없다. 난 이 이야기가 또다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스토리로 간다면 '시즌2를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조금은 '저럴 수도 있어? 말이 돼?' 결말일지언정 이렇게 만들었다. 국가를 상대로 사과를 하라는 게 참 많다. 사과를 하는 순간을 극에서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뭔가 약간은 장르적으로 드라마틱 할지언정 그렇게 연출했다. 정해인의 기차 액션도 좁은 공간에서 목적을 가지고 처절하게 싸우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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