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송강호가 '삼식이 삼촌'을 만나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지난 1991년 연극 '최선생'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영화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기생충'까지 총 네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 그가 데뷔 35년 만에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 첫 도전하며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디즈니 + 새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 스틸.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19일 16부작 끝으로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동주', '거미집' 등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디즈니 + 새 오리지널 '삼식이 삼촌' 스틸.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먼저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의 첫 드라마(시리즈) 출연작으로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송강호는 "작품이 미우나 고우나 잘 마무리가 돼서 홀가분한 마음"이라며 "영화가 아닌 드라마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개', '개봉' 말만 다를 뿐, 똑같이 연기하고 작업해서 시청자나 관객들과 소통하는 건 똑같다. 다만 영화는 두 시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모든 걸 쏟아낸다면, 드라마는 16부작 동안 천천히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시스템이어서 색달랐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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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 역을 맡은 송강호는 "캐릭터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속을 잘 모르겠다. 나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면서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배우로서 그런 지점들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 만큼, 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터. 이에 송강호는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며 "요즘 같이 빠른 시대에 이런 소재의 이야기가 과연 시청자 분들에 얼마만큼 소구력을 가질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 우리가 늘 봐왔던 형식의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품이 완성되기에 앞서 모험적이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에 출연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팬데믹이 결정타였다. 한두 달도 아니고, 총 몇 년 동안 쭉 이어지다 보니 소통의 방식이 변화되더라"며 "당시에 OTT가 팬데믹이 준 선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가치는 훼손되지 않고 더 소중해졌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만의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역할의 크기보다는 작품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라는 직업은 인간 송강호가 평생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자 동지다. 그게 어떠한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가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하더라도, 올해만 벌써 천만 영화가 두 작품이나 나오지 않았나.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영화계의 내실이 더 단단해지고 확장됐기 때문에 많은 관객 분들이 더 사랑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를 비롯해 변요한, 이규형, 진기주, 서현우, 티파니 영, 오승훈, 유재명 등 배우들이 빈틈 없는 열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송강호는 "젊은 배우들이 역시 거침없더라(웃음). 저는 아무래도 드라마 촬영이 처음이다 보니, '긴 호흡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후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감탄을 하게 됐다"며 "(후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나도 더 자신감 있게 해야겠구나'하고 다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배우로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이) 숙제처럼 느껴진다. 모든 배우들이 다 작품을 통해 잘 되고 싶고, 성공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러나 저한테는 그런 점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성공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연기에 대한 의욕이 생기게끔 하는 가치를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저한테 영화 '기생충'으로 큰 상도 받았고,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까 그런 게 아니냐고 하는데, 데뷔 초부터 늘 그런 생각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과 달리, 결과가 실패적일지라도,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에 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