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화정이 27년 만에 라디오 DJ 자리에서 내려온 이유를 밝혔다. 올해로 63세인 그는 12시대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고, 게스트로 출연하는 아이돌이 이제는 손녀, 손자뻘이 된 상황이라 오랜 고민 끝에 하차를 결정했다.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DJ였던 최화정은 지난 2일 무려 27년 6개월간의 라디오 진행을 마무리 했다. 최화정은 1996년 11월 ‘최파타’ DJ로 나서 방송을 이끌었다. SBS 파워FM 개국부터 무려 27년 6개월간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청취자들의 점심시간을 책임져 2016년에는 20주년 기념 ‘보이스 오브 SBS’ 상을 수상했으며, SBS 최장수 DJ로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하차 소식을 전하며 “알지 못하는 그때가 있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유튜브 때문이냐고 하시는데, 전혀 그건 아니다. 이 결정은 일찍 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 방송에서 최화정은 “4개월만 더하면 28주년이었는데. SBS에서도 그렇게 맞춰주려고 했는데. 내가 잘렸다고 SBS가 욕을 먹는데. 제가 지금 그만두기 좋을 때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최화정이었다. 잘살겠다. 여러분 너무 사랑해요”라며 눈물의 마지막 인사를 했다.
최화정은 27년 만에 라디오를 떠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최화정은 27년 만에 라디오에서 하차한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전했다. 최화정은 27년 동안 진행했던 라디오가 끝난 지 3주 정도 지났다면서 “브런치를 즐긴다. 청국장을 끓여 먹더라도 즐길 수 있다는 게 좋고 집 앞에 숲도 좀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이어 “우울할까봐 전화했다는 그런 친구들도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건 없다. 슬로우모닝이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하더라. 따뜻한 차를 마시고 바깥 풍경도 보고 읽고 싶은 책 읽고 그러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최화정은 "아침에 10분, 15분은 꼭 하려고 한다”며 “12시에 뭐가 있다 하면 오전 시간에는 마음이 쫓겼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 보고 날씨 보려다가 주식도 좀 보고 목 꺾인 자세로 30분 있지 않나. 아침에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사실 최화정은 라디오 하차를 3~4년 전부터 고민했다고. 그는 “내가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70살이 됐는데 언제나 12시를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돌이 나오면 내 손녀뻘들이 나온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에 유재석도 “체감상 그런 느낌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화정은 “언젠가는 그만둬야 하는데 잘 내려오자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나랑 친한 오지영 PD가 라디오를 맡게 됐다. 지영 PD라면 내 마무리를 잘 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3개월, 6개월 휴가를 준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그 휴가를 받으면 나는 다시 못 돌아올 거야라고 했다. 인사도 못하고 흐지부지하게 끝내는 건 싫다고 했다. 가장 좋은 5월에 마무리 하고 싶다고 얘기해서 마무리 했다”고 전했다.
27년간 진행했던 라디오를 현실적인 상황에서 바라보고 결정을 내린 최화정. 오랜 시간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DJ라 그의 하차가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최근 최화정은 유튜브에 도전, 그의 레시피와 사용하는 물건 등을 공개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kangsj@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