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영상 미디어에서의 양성평등 재현을 돌아보는 벡델데이 2024가 양성평등한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선 시리즈 부문 올해의 벡델리안을 공개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의 벡델리안에 선정된 ‘밤에 피는 꽃’ 이하늬 배우를 포함해, ‘LTNS’ 전고운, 임대형 감독, ‘졸업’ 박경화 작가, ‘힘쎈여자 강남순’ 백미경 제작자가 선정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의 벡델리안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구현하며 양성평등의 지평을 넓힌 시리즈 부문 올해의 벡델초이스10 선정작 가운데에서 엄선되었다.

먼저, 감독 부문에서는 발칙한 장르와 이야기로 각광을 받은 ‘LTNS’를 공동 연출한 전고운 감독과 임대형 감독이 선정되었다. ‘LTNS’(Long Time No Sex)는 ‘성’을 전면에서 파격적으로 다루는 것을 넘어 전형적인 성별 고정관념을 전복하는 직설적이고 재치 있는 연출로 호응을 얻었다. 심사를 맡은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는 “작품 곳곳에 놓인 사소한 디테일마저 젠더 감수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구석구석을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 유쾌하게 표현” 해 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작가 부문에서는 담백한 어른 멜로가 돋보였던 ‘졸업’의 ‘박경화 작가’가 선정되었다. ‘졸업’은 20년간 홍보 업계에 몸담았던 박경화 작가의 첫 장편 드라마로, 2024년 대한민국에서 교육과 교육자의 의미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담아낸 문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심사를 맡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김민정 교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욕망의 서사’로 제한하지 않고 ‘인간의 본질’을 지향하는 ‘정체성의 서사’로 확장함으로써, 기존 여성 서사의 장르적 관습을 낯설게 하기에 성공했다”며 선정의 변을 밝혔다.

배우 부문에서는 ‘밤에 피는 꽃’의 이하늬가 선정되었다.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을 통해 남성 캐릭터에게 국한되었던 ‘복면 쓴 액션 히어로’를 여성으로 치환하며, 사회의 차별과 억압에 굴복하지 않는 통쾌한 캐릭터 ‘여화’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심사를 맡은 벡델데이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코믹과 액션, 드라마의 감정선 모두를 아우르는 장르의 담을 넘으며 드라마의 텐션을 조율했다“며 “‘배우 자체가 곧 장르의 구현’이라는 폭을 가진 여성 배우의 출현은 희귀하고 값지다”는 심사평과 함께 지난해 ‘유령’으로 영화 부문 벡델리안에 선정된 데 이어 두 번째 벡델리안 수상을 축하했다.

제작자 부문은 ‘힘쎈여자 강남순’을 제작한 스토리피닉스의 ‘백미경 대표’가 선정되었다. 이 시리즈의 크리에이터이자 작가이기도 한 백미경 대표는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6년 만에 후속작을 제작함으로써 여성 서사의 연속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해 냈다. 특히 스토리피닉스는 백미경 대표가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의 투자 난항을 겪은 이후 2019년 직접 창립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힘쎈여자’ 시리즈뿐만 아니라 ‘품위있는 그녀’, ‘마인’ 등을 제작, 다채로운 여성 서사 히트작들을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 심사를 맡은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는 “작가의 비전을 제작 과정까지 지켜내는 그의 뚝심이 K드라마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며 앞으로의 행보에 응원을 전했다.

한편, 올해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에는 ‘남남’, ‘무인도의 디바’, ‘밤에 피는 꽃’,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졸업’, ‘킬러들의 쇼핑몰’, ‘피라미드 게임’, ‘힘쎈여자 강남순’, ‘LTNS’ 등이 선정됐다.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선보인 공중파 및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OTT 오리지널 등에서 소개된 시리즈 91편을 대상으로 벡델데이 이화정 프로그래머,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김민정 교수,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가 심사에 참여했다.

벡델데이 2024가 선정한 올해의 ‘벡델초이스10’과 ‘벡델리안’은 벡델데이 2024 홈페이지와 공식 SNS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9월 7일(토) 인디스페이스에서 벡델리안과 함께하는 토크 프로그램 등의 특별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kangs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