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최근 넷플릭스는 한 주연 배우 출연료에 제동을 걸었다. 회당 5억원을 요구하자, '3억원 이상 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제작사에서 '협의하라'며 떠넘겼고, 주연 배우는 해외 지분 등을 주든 '어떻게든 5억원을 맞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아니다. 아직까지 일반화할 수 없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당초 넷플릭스는 출연료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생태교란 주범으로 꼽히자 '본격적으로 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에 상륙한 후 제작비와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징어게임'(2021) 등을 통해 K-콘텐츠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졌지만, 넷플릭스가 출연료를 제한하지 않으면서 국내에선 제작 위축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주연 출연료 회당 10억원 시대가 열린 지도 꽤 됐다. 12월 공개하는 오징어게임 시즌2는 K-드라마 최초로 제작비 1000억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주연인 이정재(51) 출연료는 회당 100만 달러(약 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연들의 요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소위 해외에서 잘 팔리는 배우들은 편성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출연료 외에도 공동제작, 매출, 지분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방송·제작사 제작 능력은 점점 약화되고, 주연 배우만 돈을 버는 구조로 바뀌었다.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주연 출연료까지는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배우는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는 출연료를 낮춘 것으로 보이지만, 해외 지분 등을 가져가고 있다"며 "몇몇 톱스타 요구가 지나쳐 넷플릭스조차도 '다시는 함께 작업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했다.
중국은 2022년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받는 연예계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광전총국은 '배우 출연료는 전체 제작비의 40%, 주연 출연료는 전체 출연료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판빙빙과 정솽 등 톱스타들이 이면 계약을 통해 수백억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고, 소득 신고 누락 등을 통해 거액을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 출연료 규제 변화 필요성이 지적됐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출연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해외에서 통하는 배우는 10~15명 선이라며, '시장 논리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올해 초 유인촌(7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24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제작비 상승 문제는 과거부터 늘 나오는 얘기"라며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기도 하고, 한번 올라간 배우 개런티가 내려가긴 어렵다. 결국 해외 진출로 시장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계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에도 중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장 논리인데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이다.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 애매하다"면서 "2018년 지상파 3사 출연료 최고선을 제한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요즘은 플랫폼도 다양해지지 않았느냐. 까딱 잘못하면 공정거래법상 단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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