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기리에 방송 중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여경래 셰프가 경쟁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최고’란 극찬을 듣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단순히 결과만이 중요한 경연프로그램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된 '흑백요리사' 백수저 대 흑수저 1:1 대결에서 여 셰프는 철가방 요리사와 맞붙어 2:0으로 탈락했다. 음식 주제는 소꼬리였는데, 철가방 요리사는 간장소스로 동파우미를 만들었고 여 셰프는 보다 전통에 가까운 매콤한 두반장 소꼬리찜을 만들었다. 심사위원 백종원과 안성재의 선택은 동파우미였다.
안대를 푼 백종원마저 충격받은 반전. 여 셰프는 우리나라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중식대가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음식 대결을 펼친 후 철가방 요리사가 그에게 큰 절을 했을까.
하지만 결과를 받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해야 하니까요"라며 진심 어린 축하의 포옹을 해 주는 여 셰프에게 어쩌면 결과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출연하면 잃을 것만 있는 위치에서 직접 출연을 하고 경연을 펼친 자체가 중식대가 최고의 품격이었기 때문이다.
여 셰프는 이와 관련해 백종원과의 대화에서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라는 생각도 했는데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원래 저 자체가 후진 양성을 많이 한 사람이라 합리화한 부분도 있지만 방심해서 한 번에 갔다"라고 언급했으며 백종원은 "이렇게 정말 본인이 희생한다고 누구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구라고 말은 안 하지만 '내가 거길 왜 가?'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나와주신 것만 해도 엄청난 영향력이다. '흑백요리사'의 무게감이 꽉 채워졌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 셰프는 최근 '여가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시를 회상하며 "살면서 항상 실패를 거듭하면서 향상하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다..철가방 요리사가 더 정진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보니까 창피하구먼 이겼으면 좀 더 폼 좀 잡았을 텐데"라는 너스레도 잊지 않았다. 여유에서 나오는 농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20, 30년간 후배 양성에 힘써왔다. 여 셰프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는 '함께'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나 혼자만 (좋고 넓은 세상을) 느끼지 말고 모든 후배들이 같이 하면 더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기술을 배우는 사람은 좋은 스승, 좋은 팀과 함께 오랫동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티즌 역시 '결과가 중요치 않은 대가'란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후배에게 축하한다고 격려해 주시는 여셰프님과 진심으로 존경하는 모습으로 경의를 표현하신 철가방님의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감동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명장면이었다. 뭉클했다", "안전한 길을 내버려두고 도전정신으로 미션 하신 게 느껴져서 더 재밌었다", "이 프로를 보고 여경래 셰프님이 더 멋있게 보였다! 대인배시고 진정한 어른이시구나 생각됐다", "산은 깎여도 산이다. 요리계에 훌륭한 스승이자 이 사회의 진짜 큰 어른 같아서 더 존경스러웠다" 등의 반응.
철가방 요리사는 "존경하는 여경래 사부님! 철가방요리사 임태훈입니다. 순간순간이 영광이었고 많은 배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간 여쭙고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해당 콘텐츠에 직접 댓글을 남겼고 이에 여 셰프는 반가움을 표하며 "축하해요 ^^ 요즘 거기도 무척 바쁘겠네 하하 한 번 보고 싶은데 혹은 소주 한잔하고 싶은데 바빠서 눈코 뜰 새 없구려. 이참에 바짝 바쁘셔서 최고식당으로 거듭나시기 바라요. 어느 정도 바쁜 게 자리 잡으면 그때 한번 봅시다 소주던 고량주던... 좋은 기회를 잘 살립시다 많은 고객들에게 보답해 드립시다"라고 화답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에 두 사람이 함께 협업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 역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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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