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영규가 20년 전 세상을 떠난 외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12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에는 박영규가 과거 교통사고로 먼저 떠난 외아들을 만나기 위해 수목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영규는 들꽃 느낌의 꽃도 사고, 맵지 않은 떡볶이도 보온병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들을 수목장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04년 3월 13일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전화 받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못 일어났다. 울고 이럴 정신도 없더라. 미국에서 그랬으니까. 그냥 무작정 갔다”고 전했다.

그런 뒤 “워싱턴 갈 때마다 맑은 날씨였는데 그 날은 눈이 내렸다. 도착했는데 다리가 안 떨어졌다. 한참 울고. 어떤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박영규의 아들은 스물 두 살의 나이에 친구가 모는 오토바이 뒤에 탔다가 마주오는 차와 정면으로 부딪혔다고. 박영규는 "아들 키가 185cm 됐다. 공항에서 '아빠 간다' 했더니 나를 확 안고 번쩍 들었다. '아빠 사랑해요' 해서 '그래, 사랑해'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별 멘트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부터 죽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보고 싶은데 볼 수 있는 방법은 죽는 것밖에 없으니까. 죽는 방법만 연구했다. 약을 먹어야 하나. 한강에 가서 떨어져야 하나. 그런 과정을 10여 년을 지냈다. 술만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인생 살다 끝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아들이 떠난 2004년 이후로는 한동안 작품활동도 없었다고. 박영규는 "그런데 아빠가 피폐해지면 아들이 미안해할 거 아니냐. 먼저 떠난 것도 미안한데"라며 오로지 아들을 위해 재기를 결심하고 복귀했다고 전했다.

이후 박영규가 찾아간 아들의 수목장지는 300평 규모. 박영규는 소나무를 보며 "내가 골랐다. 처음에는 작았는데 지금은 많이 컸다. 그게 반갑다"며 그리워했다. 박영규는 "옛날에 어려운 시절에 주인집 눈치 보고 살던 우리 아기. 나중에 아빠가 성공해서 돈 벌면 큰집에서 뛰어 놀라고 열심히 살았는데 그걸 못 해줘서 지금이라도 잔디 다 깔고 재미있게 마음껏 놀라고"라며 큰 규모의 수목장지를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백지영은 박영규에게 제작진의 선물을 전달했다. 박영규가 여러 번 상상했을 아들의 현재 모습을 복원한 사진이었다. 박영규는 눈물을 쏟으며 "너무 닮았다.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 '살림남'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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