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

CJ ENM 계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 김수현 주연 ‘눈물의 여왕’이 신드롬을 일으켰고 12일 첫 방송한 김태리 주연 ‘정년이’가 상승세에 올라탔지만, 좀처럼 주가 반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3분기(7~9월) 실적 부진을 예상했고, 내년 회복 가능성을 점친 상황이다. 드라마 시장 위기 속 흥행작을 냈지만, 제작비 부담과 총 제작편수 감소 등으로 인한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증권가에 따르면, 눈물의 여왕 상각비는 약 300원이다. 매출은 4월까지 인식했으나, 잔여상각비는 8월까지 약 100억원 반영해 비용 부담이 컸다. 더욱이 스튜디오드래곤은 3분기 대작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해인 주연 '엄마친구아들' 외 OTT 동시방영 판권을 판매하지 못해 매출액이 줄 수밖에 없었다. 방영 회차도 59회(TV 38회·OTT 21회)로 지난해 3분기(75회차) 대비 16회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구작 판매도 미진했는데, 상각비가 가중 돼 이익률이 부진할 전망이다.

눈물의 여왕은 밥값을 하고도 남은 작품이다. 애초 제작비 400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총 560억원이 투입됐다. 16부작이며, 회당 35억원이다. 하지만 방송 전 넷플릭스 판매와 tvN 편성비 등으로만 650억원 이상 벌어들였다. 120% 리쿱(제작비 회수)을 달성한 셈이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비의 약 80%를 부담했다. 김수현은 회당 출연료를 약 3억원으로 낮췄으나, 중국 지분은 가져갔다는 전언이다. 최근 튀르키예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맺었고, 국내와 일본, 필리핀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정년이는 총 제작비 336억원에 계약했다. 총 12부작, 회당 28억원이다. 시대극인 만큼 후반작업 비용 등 추가로 제작비가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MBC와 편성 갈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어져 방송 전 역대급 홍보 전략을 펼쳤다. 400명 규모 팬 이벤트 개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 바이벌 광고를 했지만, 디즈니+와 동시 방영해 수익성이 높을 전망이다. 12부작으로 눈물의 여왕보다 방송 회차가 짧으나, 종영 후 스페셜 편성 등으로 광고수익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상승세가 무섭다. 1회 시청률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2회 8.2%, 3회 9.2%, 4회 12.7%를 찍었다. 5회 10.2%로 다소 주춤했지만, MBC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터다. MBC는 지난달 정년이 제작사를 상대로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전부 인용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외해 타격이 없겠지만, 상도의를 어기고 무리하게 정년이 편성을 추진한 의혹을 받아 오점으로 남을 듯하다.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편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34년, 지난해 29편, 올해 20편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수목 드라마 부활, KBS와 MOU를 통한 편성 증가, 일본 현지 드라마 제작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본은 국내 대비 배우 출연료가 1/10 수준으로 제작비 부담이 적다.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제작비와 배우 출연료 부담이 커지자,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까닭이다. 일본은 한류 열풍 중심지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최근 김수현과 채종협 등이 제4차 한류 열풍을 일으키자, 정해인도 차기작으로 일본 드라마 출연을 논의 중이다.

'별들에게 물어봐' 흥행 성패에 따라 내년 실적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준비 기간만 5년 이상 걸렸으며, 제작비 500억원이 들었다. 이중 시각특수효과(VFX) 비용만 70억원 이상 썼다. 이민호와 공효진이 주연을 맡았고, '질투의 화신'(2016) 서숙향 작가와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박신우 PD가 만들었다. 당초 올해 초 방송할 계획이었으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편성을 미뤘다. 오랫동안 글로벌 OTT 동시방영을 논의했으며, 내년 상반기 tvN 주말극으로도 전파를 탈 예정이다. 로맨틱코미디에 공상과학(SF) 소재를 섞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민호가 한류스타 이름값을 증명할 지도 관심사다.

유진투자증권 이현지 연구원은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은 힘든 업황 속 다소 부진한 실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줬다"면서도 "내년에는 제작 편수 및 편성 회복이 기대된다. 제작비 효율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CJ그룹 오너 3세 경영승계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스가 스튜디오드래곤을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스튜디오스도 실적이 부진한 상태인데, 스튜디오드래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