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원작에서의 ‘부용’ 캐릭터는 없지만 그 역할을 여러 캐릭터가 나눠가지면서 서사와 메시지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에서는 홍주란(우다비)이 결혼으로 인해 매란국극단을 떠나기로 하면서 윤정년(김태리)이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소리를 잃은 윤정년은 공선(문소리)에게 허락을 받고 돌아왔다. 매란국극단은 윤옥경(정은채)이 떠나면서 심각한 위기에 놓인 상태. 강소복(라미란)이 고군분투했지만 규모가 있는 ‘신라의 여왕’에 투자할 것 같았던 홍매(장희진)는 오히려 국극단 건물을 팔라고 제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원들이 떠나는 것을 직접 본 강소복은 쓰러졌다.

강소복이 쓰러진 가운데 입단 시험으로는 윤정년과 허영서(신예은)의 길거리 공연으로 대체됐다. 허영서보다 1명이라도 관객을 모으면 다시 국극단 연구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 소리를 예전처럼 낼 수 없던 윤정년은 연기로 빈 소리를 채우며 극찬을 받고 매란국극단으로 돌아왔다.

홍주란(우다비)과도 화해하면서 다시 왕자님과 공주님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 하지만 홍주란은 결혼 날짜가 잡히면서 국극단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였다. 홍주란은 마지막으로 윤정년과 ‘쌍탑전설’ 연기 연습을 한 뒤 이별을 고했고, 두 사람은 애틋하게 서로를 떠나 보냈다.

홍주란이 떠나면서 원작 팬들과 시청자들은 ‘부용이’의 서사를 어느 정도 홍주란이 가져갔다면서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정년이’는 핵심 캐릭터이기도 한 ‘부용’을 넣지 않아 원작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원작에서 ‘부용’은 윤정년의 1호팬이자 슬럼프를 극복하게 하는 존재이며, 미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한다. 특히 모녀 서사로 당시 여성들의 현실을 전하기도 하는 만큼 드라마화가 기대됐지만 캐스팅 소식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정지인 감독은 ‘부용’에 대해 “부용이에 대한 고민은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다. 대본보기 전부터 결정을 앞둔 상태였다. 모두가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집중시켜야 할지,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니 삭제하게 됐다. 아쉬운 부분이다”라며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의 정체성이 있는데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해서 담아낸 게 있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작품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부용’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만 없을 뿐, 신예은과 우다비가 열연한 허영서, 홍주란이 부용의 서사를 나눠가지면서 윤정년과 호흡했다. 이를 통해 아쉬운 목소리를 낸 원작 팬들은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고, 퀴어 서사 등을 걱정한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함 없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영리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정년이’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