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올 한해 ‘나의 해리에게’에 이어 ‘정년이’까지 감명 깊은 연기로 뭉클한 감동을 안겼던 배우 오경화가 작품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최근 오경화는 OSEN과 만나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7일 12부작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오경화는 “16부작만 됐어도, 4부만 더 있어도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종영이라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게 약 5년 만이다. ‘정년이’가 가면 또 언제 올지 모를 인터뷰 자리, SNS에 떠도는 관심들도 이제 사그라들 때가 왔구나 싶더라. ‘정년이’ 덕분에 한때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고 숨이 죽는 순간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정년이’를 떠나보내는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정년이’에서 오경화는 윤정년의 언니 윤정자 역으로 분했다. 당초 원작에서 윤정자는 윤정년의 동생이었지만 드라마화 과정에서 언니로 각색, 윤정년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윤정년이 국극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인물이자 떡목이 돼 좌절했을 때에도 묵묵히 윤정년의 편에 서서 그의 곁을 지킨 소중한 가족이다.

각색을 통해 원작보다 연령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오경화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20대 초반의 어린 윤정자를 연기해야 했다. 그는 “타인이 제 나이를 어리게 생각하니 어린 역할이 좋다”며 “저는 나이가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어른 생활은 힘들다. 사회가 요구하는 30대의 상이 있지 않나. 그 흐름에 타고 싶지 않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고, 절제해야 하는 것들이 솔직히 어렵다”고 순수함을 드러냈다.

이어 “캐릭터도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린 역할을 맡으면 조금 편하다. 절제해야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극장에서 엿장수를 보고 ‘엿’이라고 외칠 수 있고, 풀빵을 보고 환장하는 것도 정해진 대사가 아니지만 현장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포스터를 보고도 좀 더 순수하게 빠질 수 있는 점이 좋더라. 계속 어린 캐릭터를 할 수만 있다면 좋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정자 캐릭터가 오리지널에 가까운 캐릭터인 만큼 오경화는 인기 원작을 둔 작품에 참여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제가 원작을 잘 모른다. 일부러 안 보는 걸 택했다. 만약 캐릭터가 실존 인물이거나 원작과 똑같았다면 봤을 텐데 정자는 언니로 만들었다보니 대본만 보고 파악하고 싶었다. 웹툰이 세계관도 넓고 팬도 두툼하다 들었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원작을 본 친구한테 물어보긴 했다”며 “원작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정자를 잘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옆에 문소리 선배님과 김태리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을 순 없더라”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엄마 역의 문소리와 동생 역의 김태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삶에서도 배울 점이 많았고, 배우로서 현장에서도 배울 게 많았다”며 “신을 재밌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고 본인들만의 캐릭터 분석력이 깊어서 신을 촘촘하고 디테일하게 만드는 것 같더라. 그런 지점들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제가 숟가락 얹은 느낌이었고, 많이 얻어가는 현장이었다”고 돌이켜 봤다.

특히 작품에서는 동생이었지만 실제로는 한 살 언니인 김태리에 대해 오경화는 “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태리 언니랑 자주 만났는데, 제가 의도치 않아도 캐릭터가 흡수되더라. 사투리 수업에 참관을 자주 갔는데 그러다 보니 대본을 읽고 파악하는 시간도 더 늘었다. ‘정년이’ 만큼 대본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반성했다. 태리 언니가 그만큼 대본을 보고 ‘이건 왜 그럴까? 한번 생각해보고 다음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숙제를 내준다. 그러다 보니 제가 보던 양보다 대본을 더 보게 되고 캐릭터와 내가 붙여지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저는 이렇게 한 게 처음이니까 많이 한 것처럼 느껴졌는데 언니는 원래 디폴트값이라고 하더라. ‘이래서 김태리, 김태리 하는 구나’ 생각했다”고 감탄을 표했다.

오경화는 실제로도 7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그는 “친동생과의 상황들이 있지 않나. 동생이 커가고 있는데 제 눈에는 어려 보이고. 그런 지점이 ‘정년이’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동생의 덕을 좀 본 것 같다. 정자를 다 이해한다고 할 순 없지만 파악하기에는 참 좋았다”며 “동생을 성인처럼 취급하지 못하고 어리게만 봤는데, 그 껍데기를 벗기는 게 어려워서 오은영 선생님 영상을 보기도 했다. 정자도 온전하고 안전한 가족생활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고 동생이 꿈을 위해서 서울로 간다고 할 때 보내긴 싫지만, 불안감을 이겨내야 하는 게 저와 동생의 모습과 비슷하더라. 저도 제 동생을 그렇게 보내야 하니까. 그런 점이 ‘정년이’와 연결점이 됐다”고 공통점을 전했다.

작중 등장하는 자연스러운 목포 사투리 역시 오경화가 살아온 환경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 외할머니는 전라도 장성에 사시고, 저는 광주광역시 출신이지만 사투리를 많이 쓰는 편이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시다 보니 연기할 때 목포 사투리처럼 더 세게 느껴지도록 표현에 신경썼다. 정년이랑 헤어질 때 하는 대사도 원래 대본에는 그게 아니었는데 사이사이 단어들을 바꿨다. 실제로 제가 사용하는 광주 사투리는 그렇게 세지 않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50년대 중반 시대이기도 하고, 목포에서 가서 실제 주민들과 인터뷰 할 때도 ‘목포는 사람들의 왕래가 잘 없는 지역이다 보니 사투리가 더 센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부분에 차이를 두려 했고, 사투리 선생님의 도움도 많이 얻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오경화는 비슷한 시기 ENA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에서 김민영 역으로도 시청자들과 만났다. 김민영은 주은호(신혜선 분)의 또 다른 인격인 주혜리(신혜선 분)와 함께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직원.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주혜리의 곁에서 그를 걱정하고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는 절친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정년이’에 이어 ‘나의 해리에게’에서도 주인공의 든든한 이해자로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던 오경화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묻어난 것인지 묻자 “저는 그렇게 착하지 않고 나쁘지도 않고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인간이라 생각한다. 사실 정년이 같은 욕심도 있으니까 이 자리에 있는 거다. 욕망도 있고 야망도있고 그렇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한테는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있는지 100%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그런 면모가 저에게 있나보다. 작품을 보고 ‘내가 정자를 연기했지만 이렇게도 보여지네. 나한테도 이렇게 따스함이 느껴지네’, ‘김민영도 그냥 친구를 잃고 싶지않은 마음으로 연기 했는데 그게 따듯해 보이네’ 하는 걸 느꼈다. 제가 의도치 않았다. 따뜻해 보이려 노력한 건 아니었는데 댓글의 반응처럼 그렇게 보이기도 하더라. 얻어가는 느낌이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오경화는 ‘정년이’에 대해 “저한테는 특별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함에 있어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끔 하는 사람들이었고, 재밌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현장이었다. 제가 정자로서 더 잘하고 싶었고 신들을 풍부하게 만들고 싶었다. 선배님도 그렇게 만들어주니 나도 내 몫을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상대적인 게 생겨버린 것 같아서 (다른 현장과) 비교하거나 이 현장을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년이’가 16.5%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만큼 오경화 역시 이번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자신의 얼굴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런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나 고민이 따를 것 같다는 우려에 그는 “배우들에게 연기는 일을 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행위고, 창조하고 싶은 예술성이 투여되는 자리이지 않나. 그래서 작품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작품이 자신과 잘 맞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도구적이나 해학적으로 쓰이기 싫고 주체성 있게 존재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주·조연·단역을 떠나 다 마찬가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실 저한테도 그런 마음이 계속 자리 잡고 있었다. ‘정년이’ 하기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정년이’를 했다고 해서 그 걱정과 불안이 사라지진 않는 것 같더라. 이 작품을 통해 저를 알아봐 주신다고 해도 여기서 어떻게 파생되고 꾸려나갈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다 보니 그런 걱정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배우라는 직업 뿐 아니라 어디라도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작품이 사랑받음에 따라 가족들 또한 들떠 있지만, 오경화는 오히려 그들을 자제시키고 있다고. 그는 “엄마는 그래도 딸이 잘 되니까 엄청 좋아하는데, 제가 ‘엄마 지금일 뿐이야. 지금만 즐겨’라고 한다. 그걸 들으시고 자중하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알아보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가 후줄근하게 다녀서 그런지 밖에 돌아다닐 때 알아보시는 분은 없었다”며 “자유로워서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학 시절 IT 전공에서 우연한 계기로 연기자라는 꿈을 새롭게 키웠던 오경화는 2016년 영화 ‘걷기왕’ 속 단역으로 정식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어느덧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오경화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연기 왜 하고 싶냐?’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기를 2014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쪽 계열에 온 지도 11년차가 됐다. 그 11년 동안 계속 물어봤다. 하면 할수록 크레셴도처럼 고민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계속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쉽지도 않고 머리 아프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만 둘 거야?’라고 물으면 ‘아직은 그만두지 않는 게 맞을 것 같아’ 싶기도 하고. 그러면 또 ‘왜 하고 싶냐?’ 하는 질문이 반복 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현재의 오경화는 연기를 계속 하고싶다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그는 “제가 인복이 있다고 생각한 게, 제가 있었던 현장들이 모두 이상하게 제가 꾸미지 않아도 저는 저 대로 있으면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만 옆에 있었다. 이런 사람들하고 소통하면서 사는 게 좋으니까 내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통하면서 생기는 영감들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상대가 ‘좋다’고 하면 더 좋듯 소통이 좋으니까 연기를 하는 것 같다”며 “작품 안에 교훈이나 위안을 주는 메시지가 있으면 이걸 연기함으로써 제가 이 말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타인도 같은 감정을 느끼면 그걸 주고받으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의 해리에게’와 ‘정년이’로 바쁜 한해를 보낸 오경화는 곧바로 차기작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올해 가장 바빴다. 그렇다고 하루도 못 쉰 건 아니지만,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무언가를 많이 했다. 단편도 찍어보고 드라마도 해보고, 드라마가 두 작품 모두 사랑을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저한텐 바빴던 한해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오경화는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세우고 싶지 않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은 있는데 직업적으로는 정해두지 않게 되더라”라며 “저는 야망도 있고 조바심도 있고 조급하고 욕심도 있다. 인간인지라 그런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더 잘 살고 싶다. 잘살면 그런 것들을 제 안에서 굳건해지니까 잘 안 들여다보게 되지 않나. 그래서 저는 잘살고 싶은 게 먼저다. 잘 살고 싶다는 말이 함축적인 단어다. 저는 기본적인 걸 잘 하고 싶다”라고 삶의 목표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각자 총량이 있는 것 같다. 그 한계를 찍으면 감기 걸리듯이 아픈 것 같더라. ‘살려면 끝까지 살아봐야지’ 하는 야망이 있다. 정년이 가족이 그렇게 살고 있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애쓰지 않고 열심히 살기 싫다면서도 중세시대 예술가처럼 해보는 데까지 최선 다해서 해보고 싶기도 하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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