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배우 이순재가 90세에 처음 대상 트로피를 손에 거머쥐었다. 첫 대상 수상 소감에서 그는 눈물을 보이며 후배들은 물론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공로상이 아닌 대상을 받은 이순재. 모두가 인정한 대상이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이 열린 가운데 방송인 장성규와 배우 서현, 문상민이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날 이순재의 공식석상 참석은 지난 10월 건강 악화 이후 처음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참여 중이던 이순재는 건강 문제로 인해 3개월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 따라 하차했다. ‘개소리’까지 활발할 활동을 하던 가운데 건강 악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걱정을 자아냈다.
다행히도 건강을 되찾은 이순재는 ‘2024 KBS 연기대상’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대상을 수상했다.
이순재는 지난해 ‘개소리’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열연을 펼쳤다. 극 중 강아지 소피와 소통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명예 탐정 역할을 소화하며 내공 있는 연기로 드라마를 이끌며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개소리’는 자체최고시청률 4.6%로 수치는 낮았지만 이순재를 비롯해 원로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스토리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소피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활약을 펼친 이순재가 ‘개소리’로 드디어 생애 첫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순재는 “오래 살다보니까 이런 날도 있다. KBS가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게 1961년도 12월 31일이다. 제 첫 작품은 ‘나도 인간이 되련다’다. 선배님들 모시고 작은 역할이지만 했다. 그리고 쭉 KBS에서 활동하다가 TBC가 전속계약한다고 해서 건너갔다. 그리고 80년도에 다시 돌아왔다. 그 뒤로 KBS와 인연이 계속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순재는 “그후 많이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숫자가 많으니 적절한 배역 없으면 출연 못하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 받게 됐다. 제가 이 말씀 덧붙이는 이유는 그동안 대상 하게 되면 이순신 장군, 역사적 인물. 최수종 씨도 4번 씩 받았다. 줄수있다. 얼마든 중복해서 줄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0세가 넘으면 전부 공로상이다. 60 넘어도 잘 하면 상 주는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조건으로 평가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어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 ‘개소리’에는 우리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들도 다 한몫했다. 파트마다 맡은 역할들이 있다. 이들이 최선 다했다. 제가 거제를 4시간 반이 걸린다. 이걸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었다. 다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할 학생들이 있다. 제가 아직까지도 우리 총장님이 배려해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도저히 시간 안맞아서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교수자격 없다’고 했는데 ‘걱정하지마라, 잘하시라’고 하더라.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 믿고 나름대로 최선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걸로 알겠다.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고, 후배들도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순재는 “늦은 시각까지 격려해준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건강이 악화된 때도 있었지만 회복해서 시상식에 참여해 90세에도 정정한 모습을 보여준 이순재. 단단한 내공으로 열연을 펼치며 감동을 선사하며 모두가 인정하는 대상을 받았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제공,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