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혜교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이준 열사 기념관 전경. /뉴스1, 이준열사기념관 홈페이지

배우 송혜교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이준 열사 기념관에 후원금을 쾌척했다는 미담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그러나 이는 와전된 내용으로 밝혀졌다. 송혜교와 함께 이준 열사 기념관에 작품 등을 기증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후원금을 보낸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28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송혜교가 돈 보태줘서 산 네덜란드 건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이준 열사 기념관 사진과 함께 2019년 한 네티즌이 작성한 댓글 캡처 사진이 담겼다. 댓글은 “2년 전에 (기념관에) 갔었는데 그때는 1층이 없었다. 송혜교가 후원금 많이 줘서 1층도 인수해 확장 공사한다고 관장님이 싱글벙글하면서 1층 데리고 가서 소개해주던 게 생각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교민 부부가 인수해서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돈이 부족해서 1층은 인수 못 했었다가 송혜교가 후원금 보내줘서 이제 건물 전체가 기념관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글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다수 매체에서 기사로도 작성했다.

서 교수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와 현재 많은 기사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이기에 올바르게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선의의 뜻으로 올리신 글임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지만, 두 분(댓글 작성자와 기념관장)의 대화에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 교수는 “저와 송혜교는 이준 열사 기념관에 대형 부조작품 기증을 시작으로, 한글 간판 및 안내판을 기증했었다”며 “하지만 따로 후원금을 기증해서 1층 전시관을 확장한 사실은 없다. 그러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서 교수와 송혜교는 2012년부터 역사적인 기념일에 맞춰 해외에 있는 대한민국 역사 유적지 33곳에 한국어 안내서, 한글 간판, 부조작품 등을 기증해왔다. 김구 선생 서거일에 중국 자싱(嘉興)시에 있는 ‘김구 피난처’에 김구 부조 작품을 기증하거나 한글날을 맞아 한국임시정부 요인 거주지에 한글 간판을 기증하는 식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에는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맞아 미국 하와이에 있는 독립운동 유적지를 소개하는 안내서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은 서 교수가, 송혜교는 후원을 맡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배우 송혜교가 이준 열사 기념관에 기증한 헤이그 특사 대형 부조 작품(위), 한글 간판. /서경덕 인스타그램

서 교수와 송혜교는 2013년 이준 열사 기념관에 가로 1.7m, 세로 1.2m 크기의 청동으로 만든 헤이그 특사(이준, 이상설, 이위종)의 대형 부조 작품을 제작해 기증했다. 2019년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준 열사 기념관에 한글 간판과 전시관 안내판을 만들어 기증했다.

한편 이준 열사 기념관은 사단법인 이준아카데미가 이준 열사가 순국한 장소를 헤이그시로부터 매입해 1995년 8월 세워졌다. 이준 열사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을 규탄하고 일본이 강제 체결한 을사늑약이 무효함을 알리기 위해 이상설, 이위종 대표와 함께 고종 황제 특사로 파견됐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에 이준 열사는 ‘왜 대한제국은 제외하는가’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언론에 발표해 항의하는 등 연일 애통해하다가 1907년 당시 머물렀던 호텔에서 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