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은 “연기하면서 헤어 스타일에 이렇게 신경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병태는 바가지 머리가 생명이라, 볼륨이 죽을까 봐 촬영하면서도 수시로 확인했죠.” /쿠팡플레이

흔히 실력 있는 개성파 배우에게 “잘생김까지 연기한다”고 칭찬하지만, 꽃미남 외모로 못생김을 연기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는 배우 임시완(35)의 파격 변신으로 연일 화제다. 덥수룩한 바가지 머리와 한껏 끌어올린 배바지, 잔뜩 움츠러든 어깨에 시종일관 눈치를 살피느라 바쁜 눈동자까지.... “안 맞고 사는 게 인생 목표”인 ‘찌질이’ 고등학생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진중하거나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던 그의 생애 첫 코믹 연기다. 19일 만난 임시완은 “직업상 운동을 열심히 해서 환골탈태했지만, 학창 시절엔 마르고 볼품없었다. 원래 제 모습에 가까운 캐릭터”라며 웃었다.

‘소년시대’는 1980년대 충청남도, 늘 맞고 살던 병태(임시완)가 전학 간 학교에서 전국구 ‘싸움 짱’으로 오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재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키노라이츠 콘텐츠 통합 랭킹 1위에 오르고, 7~8회가 공개된 15일엔 접속자가 몰리는 바람에 쿠팡플레이 재생 오류까지 발생했다. 네이버 오픈톡 방문자도 72만명으로 엔터 부문 1위. 오픈톡 채팅방에선 드라마 팬들이 “9~10화는 언제 나와유?””시즌2는 나오는겨?“”임시완은 코믹까정 잘하는겨?”라며 충청도 사투리로 수다를 떨고 있다.

매일 일진들에게 맞고 살던 병태(임시완·왼쪽)는 지영(이선빈)의 도움을 받아 반격을 노린다. /쿠팡플레이

임시완은 매일 일진들에게 얻어맞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태를 짠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눈물·콧물 흘리며 ‘우오오~’하고 소처럼 울다가도, 짝사랑 앞에서 박남정의 ‘기역니은 춤’을 선보이며 하찮은 매력을 뽐낸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덧붙여서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는 캐릭터라고 해석했어요. 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병태의 귀여운 ‘찌질함’을 표현하려고 했죠.”

맛깔스러운 사투리는 드라마에 구수한 매력을 더한다. 고생해서 딴 깻잎을 반값에 후려치는 가게 주인에겐 “가서 소나 멕이쥬, 뭐”, 고기를 빨리 먹으라고 권할 땐 “다들 탄 고기를 좋아혀?”라며 너스레를 떤다. 부산 출신인 임시완은 충청도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3개월간 과외를 받고, 실전 연습을 위해 드라마의 배경인 충남 부여로 어학 연수까지 다녀왔다. “무엇보다 충청도 ‘바이브’를 배우려고 했어요. 나중엔 상대 역인 지영이가 자꾸 귀찮게 캐물으니까 애드립이 튀어나오더라고요. 구황작물이여? 뭘 자꾸 캐물어싸~”

드라마 '소년시대' 스틸컷. /쿠팡플레이

30대 남자 배우 중에 이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도 드물다. 지난해 영화 ‘비상선언’에서는 섬뜩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극 초반을 휘어잡았고, 올해 개봉한 영화 ‘1947 보스톤’에선 마라토너 서윤복 역을 맡아 다부진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제 안에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 집단에서든 조용하고, 회색분자에 가까웠어요. 제가 무채색에 가깝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그 색깔을 잘 흡수하는 것 같아요.”

크고 작은 역할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꾸준히 달린 끝에,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를 잇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시완은 첫 코미디 연기에 “해방감이 들었다”고 했다. “멋있는 척하지 않아도 되고 제 부족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어서 추리닝을 입은 것처럼 편했어요. 아무래도 제 DNA에 찌질함이 숨겨져 있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