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7세기 암투를 그린 미국 드라마 ‘쇼군’이 에미상에서 18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곡 극장에서 제 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는 디즈니+ 산하 레이블 FX 시리즈 '쇼군' 시즌1이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18개 부문을 석권했다.

'쇼군'은 17세기 초, 일본 전국시대 말기 정치적 암투를 다룬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이다. 디즈니+ 산하 레이블인 FX 채널에서 제작됐다. 특히 주인공 요시이 토리나가 역의 사나타 히로유키를 비롯해 대다수의 배우들이 일본인들로, 대사 또한 일본어를 대부분 사용해 북미권에서 제작한 작품임에도 보기 드문 비영어권 시리즈로 탄생했다.

이 가운데 '쇼군'에 출연한 사나다 히로유키가 남우주연상, 사와이 안나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일본 배우 중 최초로 에미상에서 주연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썼다. 아시아계로는 배우 이정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2년 전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앞서 '쇼군'은 에미상 후보작 발표 당시부터 2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압도적인 다관왕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한 18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후속 시즌 제작에 힘을 얻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시즌2 제작이 확정된 가운데, 작품이 일본 전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에도 막부 탄생에 결정적인 세키가하라 전투를 모티브로 삼은 대전투씬이 시즌2에서 드러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런가 하면 이날 에미상에서는 '더 베어'가 코미디 시리즈 11관왕을 차지했다. 주연 배우인 제러미 앨런 화이트가 2년 연속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단, 코미디 시리즈 작품상은 '나의 직장상사는 코미디언'이 가져갔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베이비 레인디어'는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가 '트루 디텍티브: 나이트 컨트리'로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처음으로 에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다만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의 수상을 불발됐다. 박찬욱 감독의 첫 미국 시리즈 '동조자'에서 1인 4역으로 다채로운 활약을 보여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미니시리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파고'의 러몬 모리스에게 수상의 영광을 내줬다. 더불어 탈북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가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부문 후보에 오르는 데 그쳤다.

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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