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에게' 팬미팅 포스터. 사진 제공=에너제딕

“고조선이야, 뭐야~” 한때 융통성 없이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이들에게 답하던 유행어다. 인기 BL(Boys Love) 웹드라마 ‘나의 별에게’ 팬미팅이 공연장의 일방적인 취소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 유행어도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나의 별에게' 제작사 에너제딕은 14일 긴급 공지사항을 전했다. 오는 19일 예정된 '나의 별에게' 팬미팅 '별 볼 일 있는 하루'가 공연장의 대관 취소를 통보받았다는 것. 불과 팬미팅 일주일도 안 남긴 시점에서 팬들과 주최 측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 팬미팅이 부적합한 공연이라고 판단됐다는 것이 공연장의 대관 취소 이유다. BL물 팬미팅을 이 공연장에서 진행하기에는 부적격하다는 것이다. 이 공연장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대관 취소 이유에 대해서는 계약상에 있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 자세한 얘기를 설명해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로 인해 팬미팅을 고대하던 팬들은 공연장에서 일방적으로 갑자기 취소한 배경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공연장이 기독교와 관련있다는 점에서, 동성애를 그리는 '나의 별에게' 팬미팅을 무대에 올리지 않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보편적으로 동성애, 동성혼을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승인했지만, 팬미팅 날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 취소한 것은 악성 민원 때문일 거라는 의견이 설득을 얻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이미 대관 계약 당시에 '나의 별에게' 관련해서 검토했을 것이라며, 누군가의 악성 민원이 문제 됐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이 공연장에서 진행된 이전 행사들도 종교적으로 맞지 않아 보이는 공연들이 있었던 만큼, 갑작스러운 대관 취소 통보는 공연장 자체의 의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찌 됐건 BL물을 탐탁지 않게 여겨, 팬미팅까지 흔드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이같은 팬미팅을 교란하려는 악의적인 의도에 팬들의 원망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팬미팅을 위해 주최 측은 티저 영상 게재, 배우 인터뷰 진행 등 심혈을 기울여 왔다. 열성 팬들도 팬미팅에 맞춰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등 기대해온 상황이다. 또 '나의 별에게' 두 주연 배우 손우현·김강민의 첫 팬미팅으로, 배우들의 만반의 준비도 마친 터였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유연해졌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도 여전히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최근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왓챠 시청 1위를 기록하고, 이번 팬미팅의 주인공 '나의 별에게'도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준비하는 등 BL 장르물이 양지화됐지만,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은 BL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행히 '나의 별에게' 팬미팅은 공연장 장소만 변경해,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팬들이 더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똘똘 뭉친 팬심이 BL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의 별에게' 팬미팅 '별 볼 일 있는 하루'는 오는 19일 오후 2시와 6시 서울 광진구 광진문화재단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