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제4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제41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지난해 예정됐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남산의 부장들'은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등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시상대에 오른 우민호 감독은 "감독상만 조금 예상했는데 최우수작품상은 전혀 예상 못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었는데 또 받았다. 이병헌 선배와 하면 꼭 받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받고 싶으면 선배와 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우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에 대해 "배우들이 빛나는 영화"라며 "훌륭한 연기 덕분에 제가 상을 받는 것 같다.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배우 유아인과 라미란에게 돌아갔다.

유아인은 이날 시상식에서 인기스타상에 이은 수상으로 2관왕을 기록함과 동시에 영화 '사도'에 이어 두 번째 청룡 남우주연상을 받는 기록을 썼다.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극 중 대사 없이 표정과 행동만으로 연기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다소 벅찬 표정으로 시상대에 오른 유아인은 홍의정 감독을 향해 "작업에 임하면서 가장 큰 가치로 둔 것은 새로움과 홍의정 감독의 윤리의식이었다. 영화로 무엇을 해야할 지 아는 분과 작업해 기쁘다"고 했다.

최근 영화 '승부'를 함께 촬영 중인 이병헌과의 대화내용 일부를 언급하며 "무대의 무게가 무겁다는 말씀을 했는데 그 말씀이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많은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선배들이 제 영감이었다. 배우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제 길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분께든 사용될 준비가 돼 있다. 마음껏 쓰시라. 배우로서 살아가겠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주인공으로 분한 라미란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저한테 왜 이러시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코미디 영화여서 노미네이트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제가 34회 때 조연상을 받은 뒤 다음에는 주연상으로 인사드리겠다고 한 적 있는데 노미네이트 되자마자 받아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미란은 "지난해 너무 어려운 시기를 지나와서 그 안에서 작은 웃음이라도 드린 것에 많은 의미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청룡에서 코미디 영화가 상을 타다니"라고 했다.

그는 "사실 '정직한 후보2'를 찍으려고 하고 있다"고 깜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감독상은 영화 '윤희에게'를 연출한 임대형 감독이 차지했다.

임 감독은 "김희애 선배가 아니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 같다"며 "이 영화에 노동력과 시간을 제공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 '윤희에게'는 퀴어 영화다. 이 당연한 사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방송을 보신 분들 중 아직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다. 지금은 LGBTQ 콘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이다. 그게 정말 기쁘다. 앞으로 더 고민해서 좋은 영화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보탰다.

남녀 조연상 트로피는 배우 박정민과 이솜의 손에 쥐어졌다.

박정민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완벽한 트랜스젠더로 변신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박지선에게 사과의 뜻을 전해 주목받았다.

박정민은 "늘 제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하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 근데 저는 아직 보내질 못했다. 만약 상을 탄다면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하늘에서 보고 그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정민은 "이 상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독보적 캐릭터로 호평받은 배우 이솜은 "지금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고생하고 계신 모든 분들, 존경스럽고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준비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영화 '소리도 없이'의 홍의정 감독에게 주어졌다.

'소리도 없이'는 납치범죄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연출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선과 악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평을 받았다.

홍 감독은 "황당한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갔을 때 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자고 한 제작사 대표들께 감사하다. 두 분의 독특한 취향을 늘 지지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인 남녀 배우상은 영화 '버티고'의 유태오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이 차지했다.

불안정한 계약직 생활을 하며 비밀 사내연애 중인 '진수'를 연기한 유태오는 "제 인생에 신인연기상을 받는 게 처음이고 마지막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겠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강말금은 "저는 오래전부터 어떤 사람의 꿈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통해 그런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 3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촬영, 개봉까지 아주 행복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쓰고 영화관 찾아준 관객들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화 '백두산'은 총 825만2669명(지난해 12월5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해 최다관객상을 받았다.

다음으로 ▲남산의 부장들(475만345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7181명) ▲반도(381만2214명) ▲82년생 김지영(367만909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인기스타상은 유아인과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가 차지했다.

이와 함께 각본상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미술상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배정윤 감독, 편집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한미연 감독, 음악상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달파란 감독, 촬영조명상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경표 감독, 기술상은 '백두산' 진종현 감독 등이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3년 연속 청룡의 얼굴을 맡게 된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진행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깜짝 출연으로 참석자들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인물들이 있었다. 배우 송중기와 임시완, 봉준호 감독이다.

임시완은 봉준호 감독과 감독상 시상을 위해 자리했다. 다만 봉 감독은 촬영으로 인해 영상메시지로 축하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문을 연 송중기는 "환하게 웃던 우리의 미소가 마스크에 가려지고, 평범했던 나날들이 당연하지 않은 지금, 일상의 위로였던 영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달려왔다. 지금은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이 최우선되어야 하는 시기”라며 “영화는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고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