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용**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 “미나리는 원더풀”이라고 외치는 극 중 윤여정의 대사는 영화 ‘미나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나리'는 낯선 땅 미국에 정착한 한국 가족이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가족의 녹록지 않은 삶을 보여주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이 느껴진다.

영화는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가족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사방에 풀과 나무만 가득한 외딴곳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트레일러 집, 아이들은 마냥 신나지만 엄마 '모니카'의 얼굴은 떨떠름하다. 하지만 아빠 '제이콥'은 설렘 가득한 얼굴로 자신만의 성공적인 농장을 꿈꾼다.

엄마 모니카는 병아리를 감별하는 일자리를 얻고, 아빠 제이콥은 한국 채소를 심으며 농장을 가꾼다. 하지만 모니카는 심장이 약한 막내아들 '데이빗'의 몸 상태와 살림살이를 걱정하며 도시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고, 제이콥과 큰소리로 다툰다. 결국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가 미국으로 와 함께 살기로 한다.

아이들은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가져온 할머니를 보고 낯설어한다. 특히 막내아들 데이빗은 자신에게 쓰디쓴 한약을 먹이고, 쿠키도 못 굽고 화투를 치는 다른 할머니들과 다른 모습의 순자를 못마땅해한다.

아빠 제이콥은 가족들에게 뭔가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10년간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모았던 돈으로 땅을 사고 농장을 개척했지만, 물 공급부터 판매처까지 난관이 계속된다.

영화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인물들을 보편적이고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 했고,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내 오히려 더 공감을 자아낸다.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와 극의 긴장감은 음악으로 풀어냈다. 삶에는 언제나 위기가 닥친다. 낯선 땅,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빠와 지금 함께 있는 게 중요한 엄마의 갈등은 사실 모두 가족을 위한 마음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은 진한 울림을 전한다. 그 모습은 미국 땅에서도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미나리와 같다.

영화는 실제 어린 시절 미국 아칸소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둔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과 앙상블로 빛난다. 그중 할머니 순자와 손자 데이빗으로 분한 윤여정과 앨런 김의 사랑스러운 케미가 돋보인다. 윤여정은 손자의 짓궂은 장난에도 내리사랑을 보여주며 화투와 텔레비전을 즐기는 한국적인 할머니로 완벽 변신했다. 여기에 웃음을 주는 솔직한 모습부터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되는 상황까지 깊은 연기 내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데이빗 역의 앨런 김은 서툰 한국어와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68관왕 153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3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