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톰 홀랜드부터 보인다. 코로나 시대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관객 750만명)의 주인공. 이번엔 거미 인간이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도 아닌데 수송기에서 쏟아져 나온 화물에 그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16일 개봉한 ‘언차티드(Uncharted)’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다. 제목은 ‘미지의’라는 뜻이다. 2007년부터 4400만장이 판매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익숙한 이야기와 비주얼. 톰 홀랜드도 ‘스파이더맨’ 촬영 때 쉬면서 이 게임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20~30대 게임 팬 등을 끌어당기며 예매율(36%) 1위를 찍었다. 설 연휴 히트작 ‘해적: 도깨비 깃발’만큼 많은 스크린(약 1800개)을 확보했다.
미국 뉴욕의 바텐더이자 소매치기 네이선(톰 홀랜드)은 인생을 바꿀 제안을 받는다. 보물 사냥꾼 설리(마크 월버그)와 함께 사라진 형과 16세기 초 인류 최초로 지구 일주 항해를 한 마젤란이 잃어버린 금덩어리를 찾는 것. 그러나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위협과 추격을 피해야 한다. 미래가 아니라 500년 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데스 게임을 닮아 있다.
땅과 바다, 하늘에서 액션이 폭죽처럼 터진다. 해외에서 먼저 개봉해 15국서 약 2150만달러 수익을 거두며 글로벌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블록버스터 ‘이터널스’보다 12%, ‘블랙 위도우’보다 18% 높은 해외 오프닝 수익을 기록했다. 북미에서는 18일 선보인다.
톰 홀랜드는 이 영화에서 수퍼히어로가 아니다. 스파이더맨만큼 날렵하지는 않지만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게임 ‘언차티드3′에서 유명한 비행기 화물칸 추락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대역 없이 직접 5주 동안 30m 높이에서 촬영했다. 경매장에서 황금 십자가를 차지하기 위한 비딩(가격 제시)과 액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라진 게 아니라 행방을 모르는 거야”라는 대사가 여러 번 나온다. 형도 그렇고 보물도 그렇다. 뉴욕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는 게임 화면 같다. 보물찾기 비디오게임 프랜차이즈가 새끼를 친 액션 어드벤처다. 드디어 찾는구나 싶다가도 그 기대를 여러 번 배반한다. 다시 한번 등장하는 화물기와 낙하산 추락, 대형 헬리콥터가 500년 전 마젤란의 배를 들어 올리며 공중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박진감 넘친다. 코로나 이후 오래 발이 묶이는 바람에 비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시작은 ‘미션 임파서블’을 닮았고 숨겨진 보물을 찾는 여정은 ‘내셔널 트레져’, ‘인디아나 존스’와 겹쳐진다. 500년 전 대포가 21세기 헬리콥터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나온다. 장점을 모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창의적 한 방이 없는 게 아쉽다. 구글 지도의 시대에 수십억달러 상당의 금을 찾는 120분짜리 오락물. 한국 영화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을 찍은 정정훈 촬영감독의 솜씨도 볼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