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상반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를 통해 시작된 재패니메이션 광풍이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지나 하반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 '천공의 성 라퓨타'(86) '이웃집 토토로'(88) '마녀 배달부 키키'(89)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01) '하울의 움직이는 성'(04) '벼랑 위의 포뇨'(08) '바람이 분다'(13) 등 꺼내는 신작마다 메가 히트를 터트리며 일본 자국은 물론 전 세계를 사로잡은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0년 만의 신작이다. 산토키 소마, 스다 마사키, 시바사키 코우, 아이?D, 기무라 요시노, 기무라 타쿠야 등 쟁쟁한 더빙 캐스팅 물론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전례 없는 최장 제작 기간 및 최고 제작비를 쏟아부은 야심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7월 14일 자국인 일본에서 가장 먼저 개봉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 개봉 당시에도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개봉 4일 만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 성적을 돌파하며 이름값을 증명했다. 일본 박스오피스 10월 9일 기준 563만명을 동원, 84억엔(약 75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례없는, 독특한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초반 화제성을 끌어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봉 전 1장의 포스터 공개를 제외하고 예고편 및 각종 사전 마케팅에 임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조금이라도 정보를 흘려 관객의 재미를 빼앗고 싶지 않다며 신비주의 전략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과감한 행보는 초반 입소문을 이끄는 중요한 흥행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모험 활극 판타지로,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사라진 새엄마를 찾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시놉시스 외에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물론 이러한 신비주의 마케팅은 자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개봉도 마찬가지다. 이달 6일 대만 개봉, 그리고 오는 25일 한국 개봉, 12월 8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해외 배급에도 기존 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들보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축소해 공개하거나 간소화된 마케팅으로 다시금 주목받았다. 그나마 재패니메이션 광풍이 휩쓴 한국 개봉은 일본 개봉 이후 런칭되는 국가로 1차 예고편, 메인 예고편 등이 추가적으로 공개됐지만 여전히 신비주의 마케팅을 고수하고 있다. 정식 개봉 전 진행되는 취재진과 평론가, 영화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배급 시사회 없는 물론이거니 일반 관객의 입소문을 얻을 수 있는 일반 시사회도 없이 곧장 개봉으로 직행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측은 최근 본지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의 방침으로 시사회는 물론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게 됐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신작을 선보일 때 평단의 반응을 먼저 보기 위해 시사회를 진행하고 또 시사회를 통해 얻은 호평을 발판으로 관객의 관심을 끌게 되는데 이번에는 영화 자체로 승부하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방침 때문에 시사회 없이 개봉하게 됐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신비주의 전략은 정통했다. 19일 오전 9시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의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오는 25일 개봉하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예매점유율 32.5%, 예매관객수 8만3510명을 기록하며 예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개봉 3주째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던 '30일'(남대중 감독)을 꺾고 예매율 정상을 차지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봉 엿새 전부터 예매율 지붕킥에 성공하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올해 극장가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555만명으로 전체 흥행 3위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76만명으로 흥행 5위에 랭킹 될 정도로 재패니메이션의 광풍이 뜨거웠다. 일본뿐만 아니라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피터 손 감독) 또한 무려 723만명이라는 역대급 관객을 동원하며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에 이어 올해 흥행 2위에 자리 잡았다. 2023년 흥행 톱5 중 애니메이션만 무려 3편인 셈이다. 여기에 '끝판왕'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가세, 하반기 극장가도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독식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