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태용 감독이 영화 ‘원더랜드’를 통해 관객들이 기다려온 꿈의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마주한 이들의 감정 변화까지 세밀하게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 공감과 위로를 전달했다.

사진 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태용 감독이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 '원더랜드' 비하인드 스틸. 사진 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김 감독은 "13년 만에 작품을 공개하다 보니, 그동안 제가 영화 작업을 안 했다는 소문이 있더라(웃음). 저는 꾸준하게 크고 작은 작업들을 해왔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쓴 게 2016년인데, 그 뒤로 시나리오를 보강하고, 프리 프로덕션을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영화 '원더랜드' 스틸. 사진 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 감독은 작품의 제목을 '원더랜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처음엔 가제로 붙여놓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드는 경우가 많다. 저도 '원더랜드'라고 가제를 붙여놓고, 나중에 더 좋은 제목이 있으면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이 들어서 그대로 가게 됐다. 작품 속 인물들이 평범한 일상보다 낯선 경험을 하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주게 되면서 처음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에서 제목을 따와 붙여봤다"고 전했다.

특히 작품을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아무래도 CG가 많기 때문에, 배우들이 빈 화면을 보고 연기해야 했다. 아마 배우들도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거고, 저도 촬영분을 가지고 후반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우들끼리도 케미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서로 현장에서 많이 도와줘야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내 탕웨이와 '만추'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을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 탕웨이의 일상을 함께 하다 보니, 얼마나 (작품 준비에) 전념하고, 집중하는지 직접 보게 됐다. 집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촬영장에서 보여주더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탕웨이가 쓰는 에너지가 훨씬 많은 것 같더라.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고 편하게 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탕웨이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집중하고 노력해서 존경할만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탕웨이가 공유를 만나서 연기하는 거 말고는, 계속 휴대전화를 보고 혼자서 연기하는 장면이었다"며 "어찌 보면 (현장에서) 감정 이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미세하게 리액션을 하는 방식이라던지 집중해서 연기하는 모습 자체가 용감하게 느껴졌다. 그냥 보기에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배우로서 어려움이 많을 텐데 잘 풀어나간 것 같다"고 탕웨이의 열연에 극찬을 보냈다.

극 중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하는 인물이다. 이에 김 감독은 "사실 엄마로서의 모습보단 딸로서 보여지는 모습에 더 집중하려 했다. 바이리는 남겨진 딸과 소통을 이어가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소통하는 과정이 어떻게 보여지는지도 중요했다"며 "탕웨이도 실제로 딸이 있다 보니까 쉽게 상황에 몰입했던 것 같고, 남겨진 엄마와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원더랜드'는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연말 시상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 가운데 수지와 박보검은 '원더랜드'를 통해 애틋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가 함께 있는 걸 본 적 없었는데, 리허설 할 때 같이 리딩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됐다!'고 생각했다(웃음). 다만 작품 안에선 두 사람이 떨어져서 소통하는 연기를 해야 하고, 함께 있으면 어색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두 배우가 보여준 호흡에 만족감을 표하며 "수지와 박보검에게서 친구와 연인 사이를 넘나드는 이상한 케미스트리가 나온 것 같다. 연출자 입장에서 봤을 땐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두 배우에게서 케미스트리가 안 나오면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은데, 표정이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두 배우가 실제로 사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고 하자, 그는 "그런 의구심이 들 만큼, 서로 친해보인다(웃음). 사람 일은 잘 모르지만, 아직은 친구로서 친한 느낌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