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예계 자취를 감추고 오직 홍상수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만 활동 중인 배우 김민희가 오랜만에 해외 공식석상에서 근황을 전했다.
김민희는 18일(한국시각)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린 제77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홍상수 감독의 32번째 영화 '수유천'을 통해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 개봉한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연기자상)과 제55회 히혼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연기상 수상으로 의미를 더했다.
'수유천'은 여자대학교 강사가 몇 년째 일하지 못하고 있는 외삼촌에게 촌극 연출을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민희가 주연과 동시에 제작실장을 맡았고 권해효, 조윤희, 하성국 등이 출연해 앙상블을 펼쳤다.
이날 연인 홍상수 감독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김민희는 화이트 실크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객석에 앉아 있다가 수상자 호명 이후 무대에 올라 "로카르노영화제와 심사위원단에 감사드린다. 길게 찍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내게 5일은 너무 짧았다. 촬영하는 시간이 짧았지만 행복했고 즐거웠다"며 "이 작품을 관람한 후 따뜻한 말을 건네준 관객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준 홍상수 감독, 나는 당신의 영화를 너무 사랑한다. 함께 작업해 감사하다"고 한국어로 소감을 전했다.
앞서 김민희는 기혼자인 홍상수 감독과 2015년 개봉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촬영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2017년 1월 차기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함께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며 열애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불륜'을 공개적으로 밝힌 두 사람은 세간의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자 국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신 매년 공장식 신작을 만들어내며 자신들만의 작품 세계를 이어갔고 해외 시상식에서만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며 변치 않는 사랑을 이어갔다. 물론 그 사이 홍상수 감독은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불륜' 타이틀을 끊어내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혼 소송에서 패소, 이후 항소를 포기하면서 김민희와 9년째 불륜을 지속 중이다.
배우 커리어 최고의 정점에 선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홍상수 감독만 택한 김민희의 기행도 눈길을 끌었다. 오직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서만 연기 활동을 펼치던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풀잎들' '강변호텔' '도망친 여자'까지 주조연 배우로 활동을 이어가다 '인트로덕션'을 기점으로 '제작실장' 타이틀까지 달며 홍상수 감독 작품의 전반을 돕는 '내조'를 보였다. '인트로덕션' 제작실장으로 크레딧 이름을 올린 김민희는 현장 스틸과 제작 일부 과정을 도왔고 '여행자의 필요'에서는 연기가 아닌 온전히 제작실장으로 활약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열린 제7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과 영화제에 참석한 김민희는 여러 팬들을 통해 목격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영화제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홍상수 감독 회고전에 동반 참석해 무대 위로 올라와 소감을 밝혔고 이후 팬들의 사진 요청에도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영화 관계자들 앞에서 서로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등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불변의 사랑 속 잠깐의 '결별설'도 휩싸인 김민희다. 올해 2월 열린 제74회 베를린영화제 당시 홍상수 감독과 영화제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민희를 두고 '이별'을 추측하기도 했지만 당시 김민희가 개인 사정으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져 일단락됐다.
베를린영화제 이후 로카르노영화제를 통해 다시 근황을 전한 김민희는 로카르노영화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건재함을 드러냈다. 그는 42세의 나이로 어느덧 흰머리가 곳곳에 보이는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간직한 모습으로 등장해 홍상수 감독을 향한 사랑과 신뢰를 전했다.
무엇보다 김민희는 수상 후 자리로 돌아가 홍상수 감독에게 자신의 수상 트로피를 건네고 홍상수 감독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 등 스킨십을 이어갔고 이러한 수상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담겨 전 세계 팬들에게 공개됐다. 시상식이 끝난 이후 수상자 기념 촬영에서도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는 등 자신에게 최고의 순간 홍상수 감독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한편, 김민희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수유천'은 올해 개봉 예정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