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수연 기자] 배우 박정민이 영화 '전,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주역배우 박정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전,란'이 글로벌 3위에 오르며 89개국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공개 후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박정민은 "(화제성이) 체감이 잘 안된다. 개봉 영화는 직접 관객분들을 만나기도 하고, 수치가 나오기도 해서 신경이 쓰이는데, 넷플릭스는 OTT 영화다 보니 썩 안 챙겨 보게 되더라.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신경을 엄청나게 쓰진 않는 거 같다. 주변 사람 반응이 지금의 저로서는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선 다들 잘 봤다고 해주신다. 뒤에선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진 모르겠지만"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중에서 고마운 건데, 이동휘 형이었다. 보통 (부국제) 개막식 날 행사가 끝나면 영화를 잘 안 보고 가시는데, 동휘 형이 남아서 보더니 영화가 너무 좋다고, 뒤풀이까지 오더라. '저 사람 여기 왜 있지?' 싶었었다. 시사회 뒤풀이 때도 굳이 굳이 와서 ‘이 영화가 너무 좋아서 왔다’고 하더라. 얼마나 좋길래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고마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란'을 통해 첫 사극 도전에 나선 박정민은 "사실 저야 그냥 하면 되지만, 보는 분들이 괜찮으실까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한복 입고 수염 붙이고 갓 쓰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촬영 들어가니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게 힘들더라. 의상도 그렇고, 갓은 앵글과 같이 잘 맞아야 하고, 눈이 안 보이면 안 되니까. 이런 부분을 상의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고개를 숙이면 눈이 안 보이니까 옆에서 찍어주시면 안 돼요? 하는, 생전 안 해본 상의를 감독님과 해봤다"라고 전했다.

'다시 사극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라는 질문에 "당분간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번 했으니까 조금 시간을 두고 하는 것도 맞는 것 같고. 사실 촬영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5년간 사극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힘든 걸 다 잊어버렸다. 그냥 한번 했으니까. 조금 텀을 두고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할 거 같다. 첫 사극이었는데 여러 가지 액션도 연기해야 하고, 계산할 것도 많았고. 피도 많이 묻혀야 하다 보니까, 밥을 못 먹었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라면서도 갑작스레 "취소하겠다. 사극도 좋은 거 들어오면 하겠다. 너무 (장르를) 국한하는 거 같다"라고 선언해 웃음을 더했다.

작품 참여 계기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땐 대본 자체가 우화 같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영화를 볼 때 좋아하는 영화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전,란'이 그런 대본이었고, 메시지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역사를 토대로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굉장히 좋았다. 또 수락하고 말고가 없는 게, 하자고 하시니까. 너무 좋지 않나. 감독님이 제 우상이신데. 근데 마침 대본도 너무 좋았던 거고, 넙죽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박정민만의 시각도 들을 수 있었다. 박정민은 "저는 종려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촬영했다. 순식간에 다 잃어버리지 않나. 가족도, 친구도, 집도. 남은 것이라곤 이상한 왕밖에 없는데. 그런 상실감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쌓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제일 중요했다. 실제로도 촬영장에 가면 동원 선배님 쪽은 배우도 많고 시끌벅적한데, 저는 좀 외로웠다. 현장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정 붙일 곳이 없는 인물이고, 이 외로움을 이용하자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삭제된 장면이 있었다. 겐신과 천영이를 잡으러 갈 때, 종려가 어떤 절에 들러서 동자승을 협박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를 기점으로 그 인물을 나눌 수 있었던 거 같다. 크게 계산하고 들어가는 장면이 아니었는데도 종려의 모습이 잘 나와서, 약간 버석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고, 7년간 쌓아온 분노가 이 사람을 얼마나 메마르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했었다"라며 "액션도 영화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7년간 명나라에 가서 왕을 지키고 있으면서, 군대에서 명나라 군대와 함께했을 테니까. 거기서 배운 검술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강동원과 묘한 케미를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사실 결국엔 종려도, 몸에 밴 양반 의식이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천영이라는 사람의 기개와 기품에 반할 수도 있고, 마음을 줄 수도 있었고, 좋아할 수는 있었겠지만, 태생적인 계급 의식은 완전히 벗어 버리는 인물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 결국 이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게 ‘호의’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천영이가 가족을 죽였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양반인데도 너한테 잘해줬는데, 네가 이래?’라고 하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더 잔인해졌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극 말미, 종려는 그간 쌓여왔던 천영과의 오해를 한 순간에 풀고 화해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박정민은 "사실 저도 대본 리딩 과정에서, 앉아서 대본만 읽으니까 잘 모르겠더라. 죽이겠다고 막 하다가, 그 말 한마디에 그렇게 풀리는 건가? 어렵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더라. 그런데 촬영장에 갔을 때 그걸 마지막에 찍었는데, 저는 원래 감정씬 찍는 게 힘들다. 지레 겁을 먹게 되어서. 그렇게 촬영하는데, 천영이의 말을 듣는 순간 감정이 생기더라. ‘이거 이럴 수도 있겠네’ 싶더라. 보는 사람들까지 설득할 순 없겠지만, 한 인물의 입장으로서는 이상한 슬픈 감정이 들었었다"라고 돌아봤다.

작품 밖 박정민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향후 성취하고 싶은 점이 있나'라는 질문에 "저는 요즘에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직업이 남의 이야기에 너무 많이 휘둘린다고. 또 이 시대가 너무 많은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줘버려서, 고개만 돌리면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멘탈을 부여잡으려다 보면 에너지가 깎인다. 이번에 부산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든 게, 저는 이 영화가 좋았다. 생각보다 좋아서 놀라기도 했다. ‘이게 내가 찍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다. 그런데 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가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미 난 내 할 일을 했고, 영화가 완성되고 나왔는데도, 나는 남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슬프더라. 내가 마음껏 이 영화를 좋아하지 못하는 거 같아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건 예전부터 그랬던 거 같다. 그래서 제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대로 좋아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다. 당연히 백 점짜리 영화가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영화가 90점인 이유, 80점에 대해 이야기를 할 거지 않나. 그 의견에 있어 동의가 되면 그건 당연히 들어야 하는 거 다 내 연기에 대해 이게 안 좋았다고 하는데, 내가 그 의견에 동의하면, 아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의 말에 동의가 되면,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들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 물론 듣지 않아도 되는 비난들도 있으니까. 그런 걸 솎아내는 과정들을 잘 해보고 싶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끝으로 박정민은 "이번에 OTT 영화는 처음 해봐서.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막상 제 마음에는 드는 영화가 나와 만족스럽다. 넷플릭스에 계속 남아있을 테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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