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원조 한류스타'로 한 시대를 평정했던 배우 송승헌(48)이 파격 변신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스릴러 영화 '히든페이스'(김대우 감독, 스튜디오앤뉴 제작)에서 하루아침에 약혼녀 수연(조여정)을 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을 연기한 송승헌.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히든페이스'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열정을 고백했다.
안드레스 바이스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의 행방을 쫓던 남자 앞에 약혼녀의 후배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약혼녀가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전 소설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10)과 금기된 사랑과 욕망을 풀어낸 '인간중독'(14)을 선보였던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말하지 못하는 비밀과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을 탐미하는 데 집중한 '히든페이스'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비밀의 충돌을 가감 없이 담은 문제작으로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더불어 '히든페이스'는 앞서 '인간중독'으로 파격 치정물에 도전한 송승헌이 다시 한번 김대우 감독의 손을 잡고 스크린에 컴백해 눈길을 끌었다.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변신한 송승헌은 갑자기 자취를 감춘 약혼녀 수연(조여정)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송승헌은 "우선 '인간중독' 때 김대우 감독과 좋은 기억이 많다. 그래서 김대우 감독의 작품을 신뢰하게 됐다. 김대우 감독이 오랜만에 작품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게 미팅을 요청했을 때 어느 정도 작품 제안에 대한 예상을 했다. 내가 제안 받은 성진이라는 인물이 그동안 했던 캐릭터 중 현실적인 것 같다.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이 캐릭터 진짜 별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에서 만나고 싶지 않는 인물이었다. 뭔가 의뭉스럽고 욕망이 있는 캐릭터고 금수저 약혼녀를 만나 신분상승을 했지만 또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욕망을 품는다. 작품 속 세 사람의 관계를 볼 때 너무 허무했다. 그동안 이런 캐릭터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기존의 캐릭터보다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솔직한 인간 내면의 모습이 담겨서 좋았다"며 "만약 이런 작품을 더 어릴 때 제안 받았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중독' 때도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는 불륜 연기를 펼쳤는데 어릴 때였으면 '왜 굳이 이런 불륜 연기를 하나' 싶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이런 연기도 해보고 싶더라. 확실히 '인간중독' 이후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더 풍부하게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김대우 감독에 대한 신뢰가 더 깊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속 전라 노출을 감행한 것에 대해 "처음 김대우 감독이 내게 처음에는 노출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촬영할 때 많이 먹고 배 좀 나오면 어떠냐'고 말해주더라. 하지만 캐릭터상 지휘자이기도 한데 거대한 근육질 몸매는 또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 예민한 지휘자의 모습을 슬림하고 탄탄한 몸매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김대우 감독도 나중엔 '운동을 안 해도 되지만 몸은 좋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더라. 결국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몸무게를 예민하게 조절한 것은 아닌데 실제로 몸 속 지방을 뺐다"며 "평소에는 다이어트를 특별히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영화를 촬영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특히 노출 촬영 기간 때는 3주간 견과류를 조금만 먹으며 다이어트 했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하니 너무 예민해지더라"고 웃었다.
이어 "이런 노출 연기를 김대우 감독 작품이 아니면 처음부터 못했을 것 같다. 김대우 감독이 기존에 했던 작품을 보면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지 않나? 작품 속에서 그렇게 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걸 설득력 있게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김대우 감독의 디렉션도 굉장히 정확하다. 어느 선까지 연기하자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일부의 다른 감독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베드신을 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알아서 연기 하라고 한 뒤 '나중에 편집하면 돼'라고 한다더라. 그런데 김대우 감독은 그렇지 않다. 김대우 감독이 남자 조감독을 데리고 시범 연기를 보여줬다. 정확하게 디렉션을 액션 영화처럼 보여줬고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편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여배우보다 내가 부담은 덜 했을 것이다. 보여줄 것도 (상대적으로) 없지 않나"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휘를 도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송승헌은 "조여정이나 박지현처럼 악기를 직접 다뤄야 하는 연기가 아니라서 비교적 지휘는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대우 감독이 진짜 지휘자처럼 보이길 원했고 나 역시 지휘를 배우면서 내가 생각했던 게 정말 잘못됐구나 싶었다. 모든 음악을 지휘자인 내가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평소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고 듣지도 않았다. 물론 대중 가요도 잘 듣는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휘자는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도 두 번 배우다 실패한 사람인데 악보를 보고 지휘를 하려니 너무 어렵고 무슨 소리인지도 잘 모르겠더라. 내가 지휘를 해야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시작되는데 오케스트라도 내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다들 힘들어 했다. 내가 느리면 오케스트라가 같이 느려지고 내가 빠르면 노래도 빨라진다. 마치 말을 탄 느낌이었다.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괜히 지휘자가 아니더라. 손끝 하나로 악기가 나오고 음악이 시작된다. 그런데 연기를 하려니 그런 부분을 숙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인간중독'에서는 임지연과 파격 연기를, '히든페이스'에서는 박지현과 열연을 펼친 송승헌은 "당시 임지연, 박지현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낯가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촬영을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지는 친구들이었다. 수줍음이 많은데 촬영 들어가면 완전 달라져 굉장히 놀란 포인트가 있었다. 그런 부분이 두 사람 모두 비슷하더라"며 "임지연은 '인간중독'에서 좀 더 신비로워야 했고 베일에 쌓여야 했다. 그런데 '히든페이스'의 박지현은 그런 지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 특히 박지현은 '곤지암'(18, 정범식 감독)에서 처음 봤다. '곤지암'을 집에서 봤는데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멈추기도 했고 불을 켜고 봤다. 나중에 알았는데 박지현도 '인간중독' 시사회에 와서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 그 당시 연기를 준비하던 신인이였다고 하던데 그런 부분에서 이번 '히든페이스'를 통해 인연을 만들게 됐다"고 답했다
'인간중독' 그리고 '히든페이스'까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조여정에 대한 신뢰도 상당했다. 송승헌은 "'인간중독' 이후 10년 만에 조여정을 만났다. '인간중독' 때는 사랑하지 않은 부인과 살아가는 설정이었다. 조여정은 워낙 연기 베테랑이고 상대 배우를 든든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괜히 좋은 배우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 지점이 배우고 싶었고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고 든든하게 해주는 게 다시 만나도 좋더라"며 "'인간중독' 이후 조여정이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갔는데 이번 '히든페이스' 촬영 현장에서 농담 식으로 '이번에 조여정에 묻어가야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카데미가 인정한 배우이지 않나. 여정이도 아카데미를 가게 됐고 이정재 선배도 '오징어 게임'으로 해외에 알려졌는데 아마 다들 이렇게 한국 콘텐츠로 해외에서 사랑을 받게 될 줄 생각 못했을 것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시점이 됐으니까 배우들이 정말 행복한 시기에 작품을 하는 것 같다.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느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조 한류스타'로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도 털어놨다. 송승헌은 "원조 한류스타라고 하는데 아니다. 그냥 개인적으로는 떠오르는 한류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0년에 방영된 KBS2 드라마 '가을동화'(오수연 극본, 윤석호 연출)라는 작품 이후 해외에서 편지를 많이 받았다. 당시 일본,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팬들의 반응이 많이 왔고 '이게 뭔가' 싶었다. 막연하게 중국에서 한국 가수, 배우가 인기 있다고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편지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요즘은 너무 당연한 일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굉장히 신기했던 일이다. 단순히 한국 콘텐츠가 우리만 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안 좋은 단면도 있었다. 수준이 안 좋은 작품도 많이 나왔고 해외 팬에게 피해가 되는 사건들도 있었다. 그런 일을 지켜보면서 이런 한류 인기가 거품이고 금방 식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관심과 화제는 늘 거품으로 시작됐다. 지금 한국 가수, 배우들에게 좋은 상황인 것은 맞지만 어떻게 보면 위기인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시기이고 관계자 모두가 책임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 출연하고 '인간중독' '방자전'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