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여정(43)이 영화 ‘히든페이스’를 통해 새로움과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히든페이스'는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실종된 약혼녀 수연의 행방을 쫓던 성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로, 영화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여정은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 이후 5년 만에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오랜만이어서 더 떨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떤 작품이든 개봉을 앞두면 똑같이 긴장된다"며 "개봉을 하게 된 것 자체가 큰 기쁨이고, 지금은 그런 마음이 더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벗겨진 진실을 마주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 수연으로 분했다. 그는 언론시사회 이후 이어진 호평 반응에 대해 "기분이 좋은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부끄럽다. 평상시에 막 감정을 누르는 스타일이라 마냥 기뻐하지도 못했다"며 "최근 남해 쪽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어서 기사를 다 보지는 못했다. 중간중간 기차로 이동하면서 영화 리뷰 기사를 봤는데, 너무 좋은 표현들을 써주셨더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조여정은 '방자전'부터 '인간중독', '히든페이스'까지 총 세 작품을 함께한 김대우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방자전'은 사극, '인간중독'은 시대극, '히든페이스'는 현대극이지 않았나. 장르가 달라서 감독님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실지 궁금했다. 어쨌든 날 믿고 맡겨주신 거니까, 더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우 감독의 뮤즈'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내가 다음 작품을 할 때 또 증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김대우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장르적으로 세다고 느낄 여유가 없었다.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에로티시즘 장르라는 걸 살짝 까먹고 있었다. '수연이라는 캐릭터를 머리에 두고 읽어야지' 했는데 그냥 대본 자체에 이입을 하게 됐다"며 "뱅헤어를 한 수연이 첫 등장하는 신부터 느껴지는 게 심상치 않아서 그냥 작품을 하고 싶었다. 대본을 쭉 읽을수록 반전에 놀랐고, 내가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이 캐릭터를 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특히 어려운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낸 후배 박지현을 향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조여정은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희끼리 카페, 공항에서 촬영하는 신이 있었는데 정말 식물처럼 앉아 있더라. 내가 이 친구를 보면서 수연의 모습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나에게 믿음을 준 파트너다. 그날 카페에서 촬영하고 둘이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지현아 너 정말 잘한다' 했더니, 막 부끄러워하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라며 "정말 영화를 찍는 순간부터 이 친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지현이가 '저한테 왜 이렇게 많이 칭찬하세요'라고 하면, '나는 너 나이에 그렇게 못했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촬영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박지현과 절친한 선후배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여정은 "작품에서 벗어나니까 더 아기 같았다"며 "작업할 때 그만큼 프로다웠다는 뜻이다. 촬영장 밖에서 봤을 때는 소녀 같으면서도 아기 같았고, 그 나이에 맞는 친구라고 느껴져서 귀여웠다"고 흐뭇함을 드러냈다.
송승헌과는 영화 '인간중독'에 이어 10년 만에 재회했다. 조여정은 "오빠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냥 편하다. 내가 '성진 씨는 마에스트로잖아'라고 말하는 신이 있었는데, 오빠가 정말 성진 그 자체로 느껴졌다"며 "촬영장에서도 내가 고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다할 수 있게끔 편하게 대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송승헌이 '인간중독'에 이어 '히든페이스'에서도 배신을 해 서운한 점이 없었는지 묻자, 그는 "전혀 없다. 평소에 워낙 잘해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준다"고 웃으며 답했다.
송승헌 역시 조여정을 향한 애정 어린 칭찬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다녀온 조여정에게 묻어가겠다고 농담 식으로 말했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에 조여정은 '아카데미 여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반반인 것 같다. 부담도 되지만,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며 "인간 조여정이 진화해 가는 과정 중에 좋은 일이 일어난 거다.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은 없지만, 그렇다고 진화를 멈출 순 없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해야 발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는 성격"이라고 털어놨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