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성수(왼쪽부터), 김태용, 류승완, 이종필, 장재현 감독(스포츠조선DB)

노장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발칙한 신예들도 기량을 펼쳤다. 관객이 한국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치열한 현장의 최전방에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한 편의 걸작을 만들어 내는 'K-무비'의 대표 감독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김세휘(왼쪽부터), 남동협, 셀린 송, 오정민, 조재현 감독(스포츠조선DB)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상으로 손꼽히는 제45회 청룡영화상이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된다. 힘든 극장가 속에서도 1000만 관객을 울린 히트작은 물론 지금껏 본 적 없는 기발한 소재로 입소문을 탄 명작들을 빚어낸 충무로 감독들이 청룡영화상으로 집결한다.

▶ 전 국민 심박수 올린 '거장'부터 오컬트 불모지 맥 이은 '장인'까지

지난 해 11월 개봉해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서울의 봄' 신드롬을 일으킨 김성수 감독. 2016년 개봉한 '아수라' 이후 7년 만의 신작 '서울의 봄'을 선보인 김성수 감독은 한국 현대사의 운명을 바꾼 출발이 된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그날의 9시간을 탐욕과 신념의 대결, 그리고 선과 악의 대립으로 표현하며 웰메이드 시대극의 정수를 보였다. 2011년 개봉한 '만추' 이후 무려 13년 만에 장편 영화로 돌아온 '감성 장인'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도 단연 눈길을 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에, 죽은 사람과의 영상통화 서비스라는 영화적 상상력을 접목해 만든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 특유의 감성과 상상력이 묻어나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충무로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도 다시 한번 청룡영화상 감독상에 도전한다. 류승완 감독이 올해 선보인 '베테랑2'는 전작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은 통쾌한 액션과 짜릿한 카타르시스는 물론 더욱 확장된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752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직진으로 내리꽂는 '탈주'의 이종필 감독도 올해 감독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세상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모든 주어진 현실의 악조건을 뛰어넘는 이들의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용기를 다룬 이종필 감독은 '탈주'에서 군더더기 없는 팽팽한 추격 액션과 공감 및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올해 K-오컬트로 극장가 파란을 일으킨 '파묘'의 장재현 감독 역시 감독상 후보로 선정됐다. '파묘'는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오컬트 호러 영화의 새로운 판을 열며 1191만명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 스릴러 기강 잡은 '신예'부터 연기 이어 연출마저 생태 교란한 '능력자'까지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 누명을 벗기 위해 인플루언서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그녀가 죽었다'의 김세휘 감독. 그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주로 봐왔던 정형화된 스릴러 문법을 따르지 않고 예측 불가한 스토리 전개와 반전 결말로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코미디로 한국 영화계 전반을 뒤흔든 '핸섬가이즈'의 남동협 감독도 올해 청룡 신인감독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상류사회' '머니백' '티끌모아 로맨스' '베스트셀러' 등의 작품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오랫동안 내공을 쌓은 남동협 감독은 '핸섬가이즈'로 늦깎이 데뷔에 성공,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예로 등극했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의 딸로 화제를 모은 셀린 송 감독도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에 도전한다.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패스트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인디버스터의 저력을 보이며 올해 독립영화 최고의 수작으로 입소문을 얻은 '장손'의 오정민 감독도 신인감독상에 이름을 올렸다. '장손'은 경북 시골 마을에서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운영하는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다양한 세대와 젠더, 계급을 아우르는 우리 시대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장손'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내밀한 기억을 돌아볼 수 있는 짙은 여운을 선사, 청룡영화상을 통해 다시금 재조명될 전망이다.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마지막 후보는 '너와 나'의 조현철 감독이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조석봉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조현철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