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 미혼모로 만들었다’란 보도와 반응은 당당한 엄마가 되기로 용기를 낸 문가비를 오히려 수동적 인물로 만드는 불편한 시선이다.

이소영 의원에 이어 이선옥 작가가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자와 관련, 개인적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끈다. 정우성이 문가비와 아이를 책임지고 결혼해야 한다, 정우성이 문가비를 미혼모로 만들었다는 등의 보도와 여론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여러 젠더 이슈에 발언으로 네티즌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이선옥 작가는 지난 26일 SNS 글을 통해 "여성이 스스로 출산을 결정했는데 누가 미혼모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성인 여자가 스스로 아이를 낳기로 선택하고 낳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남자가 미혼모를 만든 것인가? 35세 여성이 세뇌당한 미성년자도 아니고 누가 미혼모를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나"라고 비판을 가했다. 또한 이 작가는 "낙태권 주장에서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고, 낙태든 출산이든 여성의 몸에서 행해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선택 권리가 있다고 한다"며 "그런데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한 사안에 미혼모 만들었다고 남성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처벌에 남성을 포함하라던 요구는 남성에게 출산 후 책임을 같이 지라던 것 아니었나"라며 "정우성의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니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타인의 삶은 타인의 것"이라며 "본인들의 정념을 투영해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며 "이 사건으로 저 여성의 삶이 불행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피임을 잘해야겠다는 교훈 정도를 본인 삶에 새기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혼외자를 낳았지만 아이의 생모와 결혼 계획이 없는 정우성을 비난하는 여론을 비판했던 바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정우성 배우의 득남 뉴스에 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늘 관심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가 '결혼'을 하냐 마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건 공감이 잘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거냐.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거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애초에 그런 게 왜 판단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라며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문하고 혼인을 해야 하고 동거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니. 왠지 숨이 막혀 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혼자 살 자유, 내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자유, 이런 것은 개인에게 부여된 오로지 고유한 자유이고 권리인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한 가족사를 밝히며 "다들 태어난 아이를 걱정하며 한 말씀씩 하시는 것 같은데, '아이를 위해 부모가 혼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는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양육 책임은커녕 부친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성장했다"라며 "사랑하지 않는 제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고 살았다면 과연 제가 더 행복했을까? 그건 남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평범한 게 나쁠 건 없고,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힘을 합쳐 같이 산다면 아이의 정서에도 더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우리의 인생은 그 모습이 제각기 다 다르다. 평범하고 비슷한 표준이 있는 것 같아도 사실 다 다르다. 그런 '다름'들이 무심하게 존중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문가비는 어떨까. 앞서 문가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득남 소식을 알렸다. 친부 정우성이 알려진 건 그 이후다.

문가비는 지난 22일 활동 중단 4년 만에 극비 출산 소식을 고백,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라며 조용히 임신 기간의 대부분을 보냈고 그렇게 하기로 선택을 했던 건 오로지 태어날 아이를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그건 겁쟁이 엄마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라며 "세상에 나온 아이를 앞에 두고 여전히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엄마이지만 그런 나의 부족함과는 상관없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 나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는 이 아이를 보며 완벽함보다는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찬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래서 엄마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온전한 사랑으로 채워지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어요”라며 “나의 아이에게 지난날 내가 보았던 그 밝고 아름다운 세상만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용기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뒤늦게라도 출산 소식을 전한 이유를 밝혔다.

"축하한다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란 그에게 누군가는 '결혼을 원치 않는 정우성이 만든 미혼모'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애초 문가비가 정우성과 결혼을 원했고 정우성이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스스로 엄마가 되기로 선택, 정우성과 부부는 아니더라도 공동양육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결정한 것도 그녀다.

정우성 측은 즉시 문가비의 아들이 혼외자임을 인정하고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하겠다고 알렸다. 다만 오랫동안 열애 중인 비연예인 여성이 있다는 의혹과 더불어 한 여성과 찍은 스티커 사진, DM 유출 등의 의혹 등은 이건과는 또 다른 별개의 사생활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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