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20대에는 20대가 타깃, 30대에도 20대가 타깃, 40 하고도 절반이 지나버린, 이번 앨범도 20대가 타깃 그래 나 22년 차, 너가 신나면 나도 신나 타고난 광대 팔자”(‘나인트로(9intro)’)

"이 형은 아직도 이상한 춤을 추고, 아직도 이상한 옷을 입고, 아직도 이러고 있네"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22년차 댄스가수' 겸 프로듀서 싸이(PSY·45·박재상)는 초심·본심은 물론 여전히 '열심'도 지키고 있다. 5년 만인 29일 발매한 정규 9집 '싸다구(9)'가 증명한다. 20대에도, 30대에도, 40대가 된 지금도 20대를 상대로 곡을 만들고 콘서트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는 이날 앨범 발매 전 서울 여의도 호텔에서 열린 '싸다9' 청음회에서 "7집 땐 '초심', 8집 땐 '본심'을 이야기했죠. 라임을 맞추자면 9집 때는 '열심'입니다"라고 말했다.

'열심'은 새로운 협업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SUGA·29·민윤기)가 협업한 타이틀곡 '댓 댓(That That)'이 그것이다.

여호첨익(如虎添翼), 그렇다. 두 한류스타의 만남은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댓댓'은 싸이와 슈가가 공동 프로듀싱하고, 작사·작곡·편곡을 함께 했다. 아울러 슈가는 피처링에도 참여해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했다.

"전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서, 영감이 주기적으로 찾아 오지는 않아요. 확 불이 붙는 계기가 없으면 안 되죠. 이번 앨범 작업에서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슈가 군과 작업하면서 곡들이 술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함께 작업하면서 '맞다. 나도 저렇게 작업했었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신나 보이고 열정적이었어요."

싸이는 "'댓댓'이 듣자마자 너무 좋았다"고 흡족해했다. "당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기반의 댄스를 그만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렇다고 템포가 처지는 노래를 하면 안될 거 같고요. 라틴 계열이 세계적이 추세였는데 '댓댓'이 그 반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슈가의 곡이고. 저는 잴 상황이 당연히 아니었고 '귀한 발걸음'이 고마웠죠.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미 사이에서 '민PD'라 불리는 슈가는 슈가는 방탄소년단 팀 작업과 솔로 '어거스트 디' 활동 외에 국내외 다양한 가수들과 협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프로듀싱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할시의 '슈가스 인터루드(SUGA's Interlude)', 맥스의 '블루베리 아이즈(Blueberry Eyes)', 이소라의 '신청곡', 수란의 '오늘 취하면', 에픽하이의 '새벽에', 헤이즈의 '위 돈 톡 투게더', 아이유의 '에잇' 등 다양한 장르의 톱가수들과 곡을 협업했다.

작년 12월에 발매된 미국 래퍼 고(故) 주스 월드(1998~2019)의 유작 앨범 '파이팅 디몬스(Fighting Demons)' 수록곡 '걸 오브 마이 드림스(Girl of My Dreams)'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렇게 의미 있는 곡 작업 행보를 해온 슈가는 작년 가을께 싸이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었다며 그에게 먼저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며 연락을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자신이 만든 음악에 맞는 창작자를 찾는 혜안까지 갖춘 셈이다.

슈가는 거기에 피처링은 물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한번 협업하면 끝까지 책임지는 화끈함도 갖췄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등장하는 슈가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뮤직비디오는 싸이와 슈가가 격렬하게 결투하는 듯하다, 결국 절친이 되는 위트를 뽐낸다.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중순께 인천광역시의 휑한 모래사장에 직접 세트를 짓고 촬영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좋지 않았다. 날씨가 아직 추웠고 비까지 와서 바닥이 뻘에 가까운 상태였다.

싸이는 "슈가 군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고 돌아가서 비디오를 볼 때마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는 '댓댓' 뮤직비디오를 찍기 전 춤 연습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했다. "후배를 초대해 놓고 어물쩍 춤을 추면 그렇잖아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시너지가 됐어요. 하하."

이번 앨범에 힘을 실은 뮤지션 후배는 슈가 뿐만이 아니다. '감동이야 (Feat. 성시경)', '밤이 깊었네 (Feat. 헤이즈)', '간지(GANJI)(Feat. 제시)', '이제는 (Feat. 화사)', '해피어(Happier)(Feat. 크러쉬)', '포에버('forEVER)'(Feat. 타블로)' 등 앨범에 실린 총 12 트랙 중 7곡에 후배들이 피처링으로 힘을 실었다. 이들 모두 아무 조건도 없이 흔쾌히 참여했다.

올해 22년차 가수가 된 싸이는 "저 정도 연차의 뮤지션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지점은 자기에 대한 만족이에요. 그게 올드해지는 '최단거리'"라고 여겼다.

"젊은 뮤지션들과 만나 끊임 없이 젊은 에너지와 바이브를 나눠야 '덜 올드해진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어요. 이제 나이도 적지 않은데 핫하고 젊은 뮤지션들과 차이를 느끼지 않고 교감을 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싸이는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명이다. 지난 2001년 1집 '싸이 프롬 더 싸이코 월드'로 데뷔했다. 싸이는 재작년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위를 하기 전까지 빌보드차트를 뒤흔든 대표적인 K팝 가수이기도 했다.

올해 발표 10주년을 맞이한 '강남스타일'로 2012년 '핫100' 균열을 내고, K팝을 세계에 알린 주인공으로 통한다. '강남스타일'을 비롯 후속곡인 '젠틀맨' 5위, '행오버' 26위, '대디' 97위 등 총 4곡을 '핫100'에 올렸다.

하지만 싸이는 최근 빌보드 내 K팝 가수들의 활약에 대해 말하는 건 "좀 민망하다"며 겸손했다. "제가 뜬 게 아니라 곡이 뜬 것이라 '건강한 흥행'은 아니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남스타일' 흥행 당시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불안했었다고 돌아봤다. 2015년 정규 7집 '칠집싸이다'를 발매했을 당시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나팔바지'와 '대디'를 각각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나눴던 것에 대해서는 '미국병 말기'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팔바지'는 당시 다시 대학 축제에서 공연하며 만든 곡이었고, '대디'는 싸이 말을 빌리면 "한참 중원의 푸른 꿈에 부풀었던, '난 여전히 마돈나의 친구'라고 생각하던 2014년 어느날 만든 노래"다.

싸이는 "이젠 내수, 수출 이런 건 바라지도 않아요. 물론 슈가 군과 작업한 '댓댓'은 유튜브에서 성적은 살짝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한국에서 열릴 저의 여름·겨울 공연이에요. 다시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꽤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싸이는 사람이 떠야 오래 간다고 강조했다. "외국 분들 중에서 제 이름이 '강남스타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계세요. 사람이 아닌 곡이 뜬 경우인 거죠. 반대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현재 북미에서 유명한 후배들은 저와 반대되는 케이스예요. 그런 경우는 영속성이 있죠. 정말 커다란 박수를 온몸으로 보내고 있어요. 물론 국위선양을 위해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굉장히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순간들을 선사해주고 있죠."

하지만 '강남스타일'로 거둔 성과는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힘들다. 특히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최초로 조회수 10억 뷰, 20억 뷰를 돌파하고 당시 유튜브가 표시할 수 있는 조회수의 한계치를 넘긴 최초의 동영상으로 집계 방식을 바꾼 시초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빌보드가 차트에 라디오 방송횟수를 줄이고, 유튜브 조회수 반영을 추가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이와 관련 싸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화제성은 여전하다. 올해 1월 43억뷰를 돌파했고, 3개월 만인 전날 44억뷰를 돌파했다.

싸이는 "정말 미세한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커다란 무기는 영상이죠. 아직도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K팝 팀에겐 라디오 등 에어플레이가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영상 조회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앨범 타이틀 '싸다9'는 '싸이의 다채로운 9집'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자신의 앨범 타이틀 작명대로 숫자 언어유희도 적용했다. 그간 싸이는 2집 '싸2', 3집 '3마이', 4집 '싸집', 5집 'PSYFIVE', 6집 '싸이6甲', 7집 '칠집싸이다', 8집 '4X2=8' 등의 작명을 통해 재치를 뽐내왔다. 이번 앨범 타이틀은 '귀싸대기'의 강원도 방언인 '싸다구'와 겹친다.

특히 매번 파격적인 노래와 퍼포먼스로 K팝 신에 신선한 충격을 가한 만큼, 이번 앨범의 다양한 수록곡들이 그 역할을 나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도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마음으로, 다소 소모적인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것도 그 이유다.

타고난 광대 팔자를 노래한 '나인트로(9INTRO)'를 시작으로 싸이와 지코가 작사·작곡하고 그룹 '미쓰에이' 출신 배우 겸 가수 수지의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셀럽(Celeb)', 성시경과 함께 싸이 감성을 녹여낸 '감동이야', 싱어송라이터 헤이즈와 위로를 전하는 '밤이 깊었네', 제시와 함께 새로운 창법과 거침없는 가사를 쏟아낸 '간지(GANJI)', 마마무 화사와 함께 한 중독성 강한 뉴트로 장르의 '이제는', R&B 가수 크러시와 함께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풀어낸 '해피어(Happier)', 힙합그룹 '에픽하이' 타블로와 영원히 추억하고 싶은 시간을 담은 '포에버(forEVER)', 래퍼 기리보이와 함께 작업한 '나의 월요일', 싸이의 브랜드 콘서트 '흠뻑쇼'의 열정을 고스란히 분출할 '에브리바디(Everyday)', 정답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마지막 트랙 '내일의 나에게' 등 총 12곡이 유기적으로 엮여 어느 하나 버릴 곡이 없다.

이 중에서도 '밤이 깊었네'와 '이제는' K팝 역사학적 맥락으로 눈길을 끄는 곡이다. '밤이 깊었네'는 국내 대표 펑크 밴드 '크라잉넛'의 동명곡을 이 밴드의 베이시스트인 캡틴락(한경록)과 함께 리메이크했다.

'이제는'은 서울패밀리의 노래가 원곡이다. '이제는'은 사실 번안곡이다. 1984년 미국에서 발매된 저메인 잭슨과 피아 자도라의 듀엣곡 '웬 더 레인 비긴스 투 폴(When The Rain Begins To Fall)'을 1987년 리메이크한 것이다. 싸이는 당시 오동식이 작사한 노랫말은 그대로 가져다 썼다.

대학 축제와 콘서트에서도 다른 가수들의 히트곡과 대표곡을 자주 부르는 싸이는 선배 세대와 K팝 아이돌 사이에 위치한 가요계 허리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제게는 감사하게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추억하게 하는 히트곡임에도 20대 친구들이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들에게 일단 노래를 한번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고가의 티켓을 사고 오신 분들에게 아실 만한 곡들을 불러드리는 것이 예의라고도 생각하고요."

싸이는 K팝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우리 대중음악 중 아직 발견되지는 않는 노래들을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구독자가 1600만명에 가까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적극 이용할 예정이다.

"제 공식 계정을 구독하고 있는 아이디를 보면, 엑소, 방탄소년단, NCT 팬들이 많아요. 우리나라에 너무나 많은 대한한 뮤지션들이 있는 만큼, 이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대견한 아이돌 후배님들의 활약으로 해외 팬들에게 K팝이 보이밴드·걸밴드로 대변되지만, 전설이되 해외에서 발견되지 못한 분들을 발굴해서 다양한 자양분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싸이는 이날 오후 9시 네이버 NOW. '#OUTNOW'를 통해 컴백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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